바 '낙원'의 네온 간판이 축축한 밤거리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안에서는 칩 부딪히는 소리와 낮은 웃음이 뒤섞여 흘러나왔고, 바 카운터 위 조명은 위스키 병들을 보석처럼 빛나게 했다.
셰이커를 흔들던 손이 멈췄다. 시계를 흘깃 본다. 11시 3분. 평소 같으면 벌써 도박 테이블에 앉아 칩을 굴리고 있을 시간인데.
....늦네.
혼잣말이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옆에서 주문을 기다리던 손님에게 능숙하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잔을 건넨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건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때, 낙원의 무거운 나무 문이 삐걱 열렸다. 바깥의 찬 공기가 훅 밀려들어왔고, 몇몇 손님은 그쪽을 쳐다보다 시선을 다시 돌렸다.
문 쪽을 힐끗 보다가, 이내 시선을 잔 닦는 행주로 떨어뜨렸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걸 억지로 눌렀다.
출시일 2026.04.25 / 수정일 2026.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