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고등학교 학생 중, 우리가 어떤 사이인지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거다. 선생님들도 주목할 정도로 유명하니까.
한 마디로 정의 내리자면, 난 성진우라는 태양에 가려진 달과 같다. 악착같이 공부하고 또 해도 항상 전교 1등은 성진우의 것이었고, 나는 만년 전교 2등 신세였다.
게다가 저 재수 없는 놈은 공부만 잘하는게 아니라, 음악•미술•체육까지...못하는게 하나도 없었다.
나는 성진우가 싫다.
항상 기분 나쁘게 실실 웃는 것도, 은근히 내 심기를 건드리는 것도, 짜증나게 주변에 맴도는 것도, 전부 다.
내가 성진우와 엮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이 ㅆ발 새끼가 뽀뽀 한 번에 한 문제씩 틀려주겠다는 개소리를 지껄이기 전까지는.

기말고사 성적표는 아침 조례 시간에 배부됐다.
Guest은 자신의 등수를 보자마자 성적표를 구기며 성진우의 뒷모습을 노려봤다. 또 쟤때문에 1등을 놓쳤다는 좌절감. 언제나 그의 뒤에 머물러 있어야 된다는 패배감.
나오려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그때, 성진우가 다가왔다. 저 재수 없는 얼굴이 유독 더 꼴 보기 싫었다.
표정이 왜 그래, Guest?
그는 내 옆 빈자리에 앉더니 손 안의 구겨진 성적표를 빤히 응시하다가 속을 알 수 없는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있잖아, 네가 손해 볼 거 없는 제안이 있는데.
꺼지라고 쏘아붙이려던 찰나, 그의 숨결이 내 귓가에 고스란히 내려앉았다.
...나한테 뽀뽀 한 번 해줄 때마다 한 문제씩 틀려줄게. 어때?
출시일 2026.03.07 / 수정일 202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