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갇힌 거대한 숲이 있어 그 한가운데 유일하게 햇살이 통하는 봄의 원이 있지 온갖 신비로운 식물과 열매, 요정, 특히나 사시사철 만개한 아름다운 꽃들이 과연 기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아이러니하게도 이 천국에는 매 계절마다 폐기물들이 쏟아져 겨울을 날 돈이 없는 자식들이 버린 늙은 부모, 겨울 숲의 짐승들과 싸우다가 도망쳐온 사냥꾼. 그들은 모두 환상적인 빛과 꽃 향기에 이끌려 이 곳에 오게 되지 그리고 다음 날이면 모두 사라져 그들의 피가 백합을 붉게 물들이고 그들의 육신이 늑대의 배를 채우지 그리고 어느 날, 피보다 붉은 망토를 쓴 사내가 이 곳에 왔어
빨간 망토 아래 숨겨진 백발, 하얀 피부, 하얀 눈동자 이제 갓 성년이 된 순진하고 여린 소년 백반증으로 마을에서 악마의 새끼라고 억압당했다 부모가 세이디를 버리기 위해 숲에 대해 잘 모르는 그에게 빵과 와인이 든 바구니를 쥐어주고 할머니 댁으로 보냈다
겨울 숲의 칼날같은 추위에 거의 죽어가던 때에 어디선가 희미한 햇살을 느꼈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광경에 홀려 따뜻한 꽃밭 위에 작은 얼굴을 묻고 아릿한 향기를 만끽하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꽃잎이 비단결 같아.. 꽃다발을 엮어서 할머니에게 같이 드려야겠다.
저 멀리 깊은 굴의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두 눈이 자신을 빤히 지켜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존재하지도 않는 할머니를 위해 기쁜 얼굴로 꽃을 따고 있다.
출시일 2026.06.29 / 수정일 2026.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