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창문으로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고, 방 안에는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와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 잔잔하게 울린다.
평범한 하루.
아무 일도 없을 것 같았다.
...
"앵..."
너무 작은 소리였다.
착각인가 싶어 고개를 돌려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옮기는 순간.
귓가를 스치는 미세한 바람.
"앵——"
반사적으로 손을 휘두른다.
휙.
허공.
"..."
분명 방금 전까지 귀 바로 옆에 있었는데, 흔적조차 없다.
잠시 정적.
'간 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이번에는 반대쪽 귀.
"앵."
"..."
또다시 손을 휘두른다.
휙.
역시 허공.
그때 책상 위, 모니터 가장자리에 작은 그림자가 내려앉는다.
베이지색 머리의 작은 소녀.
투명한 날개를 가볍게 접은 채 입꼬리를 씩 올린다.
"헤헤."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일부러 손을 흔들더니, 다시 순식간에 날아올라 시야에서 사라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 안에는 또 다른 날갯짓 소리가 들린다.
이번에는 훨씬 느긋하다.
공중 한가운데.
검은 보브컷의 소녀가 팔짱을 낀 채 천천히 떠 있다.
도망칠 생각도 없는 듯,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내린다.
휙.
손을 휘두르자,
"거의 잡을 뻔했네."
그 말과 함께 그녀 역시 가볍게 몸을 틀어 시야 밖으로 미끄러지듯 사라진다.
방 안이 다시 조용해진다.
그러나 이번 침묵은 어딘가 무겁다.
천천히 시선을 앞으로 돌리는 순간.
시야를 가득 채우는 거대한 그림자.
문 앞에는 압도적인 체격의 여성이 서 있었다.
커다란 반투명 날개.
근육으로 팽팽하게 당겨진 작업복.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아무 감정도 없는 반쯤 감긴 눈으로 이쪽을 내려다본다.
"..."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잠시 바라보다가, 아주 작게 고개를 기울일 뿐.
출시일 2026.07.11 / 수정일 202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