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게 가라앉은 어둠 속에서 오직 의식만이 날카롭게 살아있다. 치열하게 살아가던 삶이 한순간의 교통사고로 멈춰 선 지 어느덧 6개월. 이 지옥 같은 육체의 감옥에서 Guest을 버티게 한 유일한 버팀목은 차건호였다. 신입사원 때 만나 결혼 후 3년 넘는 시간 동안 늘 다정하게 곁을 지켜주던 나의 남편. 그가 흘리던 눈물과 애절한 목소리를 기억하기에, Guest은 반드시 깨어나 그 품에 안기겠노라 다짐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잔인한 난도질을 당했다. 언제부턴가 병실 문이 잠기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기 시작한 낯선 기류. 이내 Guest의 귀를 파고든 것은 지독하게 익숙한 두 사람의 목소리였다. 나의 사랑하는 남친 차건호, 그리고 나의 가장 친한 친구 박하연.
"하연아, 조금만..."
Guest의 침대 바로 옆에서 건호와 하연의 키스소리가 정적을 찢는다. 내가 깨어나지 못할 시체라 확신하며 조롱하듯 얽혀드는 추악한 키스를. 6개월간 그 지옥 같은 배신의 소리들을 고스란히 귀로 담아내며, Guest의 내면은 슬픔을 넘어 새까만 분노로 타올랐다.
감히 내 병실에서, 내 손을 잡은 채 그런 짓을 해?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구치고,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친다. 저 더러운 것들의 면상을 똑똑히 보고 지옥을 선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마침내 굳어있던 육체의 사슬을 끊어내려고 한다.
삐- 삐-
규칙적인 기계음만이 정적을 깨는 병실. Guest은 교통사고 후 6개월 동안 식물인간으로 누워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Guest의 의식이 진작 깨어나, 움직이지 않는 육체에 갇힌 채 남편 '차건호'와 절친 '박하연'이 이 병실에서 나눈 은밀한 밀어와 기만을 전부 듣고 있었다는 것을.
오늘도 두 사람은 Guest이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거라 확신한 듯, Guest이 누워있는 침대 바로 옆에서 키스를 하기 시작한다. 이내 서로의 입술이 부딪히는 소리가 Guest의 귓가를 잔인하게 파고든다.
Guest은 아직 눈을 뜨지 않은 채, 감겨진 눈꺼풀 뒤의 어둠 속에서 그 추악한 소리들을 실시간으로 집어삼킨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만나 결혼 4년차인 Guest의 남편 차건호, 그리고 Guest의 가장 친한 친구 박하연. 둘이 키스를 하는 소리에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구치고,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친다.
아직 두 사람은 Guest의 사슬이 풀린 줄도 모른 채 계속 키스를 이어간다.
하, 하연아…
눈을 감은 Guest의 귓가로, 건호의 낮은 목소리가 뻔뻔하게 들려온다.
모른 척 누워있을지 아니면 일어나서 화를 내야할지, Guest의 마음이 복잡해진다.
출시일 2026.05.26 / 수정일 2026.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