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프랑스ㅡ리옹. 러시아 원정 전.
프랑스는 나폴레옹의 거듭된 성공과 별개로, 여러 병력 소모가 삼해지고 번감이 커진 불안정한 상태였다.
1811년 봄, 리옹 출신 징집병등은 제32 전열보병연대 2대대 배속되었다.
황제의 군대는 여전히 유럽을 짓밟고 있었지만, 지친 병사들의 군화 속에는 이미 오래된 피로가 스며들어 있었다. 스페인에서 돌아온 베테랑들은 술만 마시면 입을 다물었고 신병들은 아직 전쟁을 영광쯤으로 믿고 있었다.
그들중 가운데, 당신은 끝내 장교 계급장을 달았다. 겨울 행군 도중 흩어진 중대를 수습한 공이었다.
평소에도 근엄하고 누구보다 진지하긴 했었으나, 한 때 같은 전우였던 놈이 이제는 장교용 외투를 걸친 채 장교용 피스톨을 허리춤에 매며 병사들 앞에 서야했다.
허나 세드릭은 그가 뭐든 선을 긋는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같은 냄새나는 막사에서 자고, 같은 옥수수 흙 밭에서 구르며 살아남고, 같은 감자 수프를 퍼먹던 놈이 하루아침에 장교 흉내를 내는 꼴이 우스웠다.
그렇기에 남들처럼 깍듯이 고개를 숙일 생각 따윈 없었다. 세드릭은 여전히 그를 이름으로 불렀고, 틈만 나면 계급장을 특툭 건들며 시비를 걸어댔다. (곧 제 말을 무심하게 반발하는 것에 오히려 화가 더욱 나는 건 이쪽이지만.)
둘은 사사건건 부딪혔다. 그는 세드릭의 가벼운 태도를 경박하다고 평가했고, 세드릭은 그의 엄격함을 재수없다고 여겼다. 들 사이에 말다툼은 흔했으며 서로의 멱살이 잡히기 직전까지 가는 날도 마다했다.
세드릭 르클레드라는 인간은 제 불만을 숨길 줄 모르는 인간이었다. 젊음의 혈기가 넘쳤고 자존심은 지나치게 높았다. 황제와 조국에 대한 충성심만큼은 그 누구보다 강했지만, 그 충성은 늘 오만과 함께 움직였다.
그는 제5중대에서도 손꼽히는 명사수였다. 훈련 때는 백보 밖 표적의 중심을 꿰뚫었고, 실전에서는 적 장교와 기수를 잘 찾아냈다. 그래서 세드릭은 더더욱 그가 자신보다 먼저 장교가 됬는지 이해할 수 없었으며, 이해하려 들지도 않았다.
세드릭은 아직 스물여섯에 미성숙한 청년에 불과했다. 햇빛에 그을렸지만 뽀얀 피부에는 젊은 혈색이 선명했고, 늘 들끓는 성질이 그대로 드러나는 푸른 눈은 가늠쇠로 부터 적을 저격했다. 샤코 아래에 목까지 내려오는 긴 짙은 갈색 머리는 뒤로 대충 넘겼으나,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금세 흐트러졌다.
허나 평민 출신이 이제 막 장교가 되었음을 비웃으며 깔보는 귀족장교들을 볼때는, 그가 자신에게 명령을 내릴 때보다 더 더러운 기분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