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짙다 못해 검붉은 색을 띄었다.
주변에선 다른 에스퍼들이 고군분투 하는 소리, 시민들의 다급한 대피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려왔고 건물은 도미노 넘어지듯 쉽게 부서져 내렸다.
그 가운데, 유일하게 활기를 띄는 것은 나였다.

"야ㅋㅋ 그래서 나 잡을 수 있겠냐?"
신입의 패기일까, 갓 스물의 거만일까.
하루아침에 S급 판정을 받고 전장을 뛰노는 나는, 센터 내에서 역대급 망나니 에스퍼라 불렸다.
전례가 없던 단기간에 능력을 익혔고, S급이라는 등급은 단순 잠재력을 의미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 식으로 다니다가는 다치십니다."
"괜찮아요~ 제가 알아서 잘 할게요."
어김없이 아무 생각도 없이 괴수들을 도륙내고 다니던 날이었다.
상식선에선 설명이 되지 않는 크기의 괴수를 한 번에 제압하고는, 뒤돌아 자랑하려던 때.
"가이드님! 여기 봐요, 제가 한 방ㅇ—"
"Guest!"
옆 쪽의 건물 사이에서 나온 작고 빠른 괴수가 나를 스쳐 지나갔고,
나는 처음으로 전장 한복판에 쓰러지게 되었다. 첫 패배이자 가장 수치스러운 경험.

"괜찮아요? 제가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 머리야...
흰 조명이 내리쬐는 곳에서 눈을 떴다. 규칙적인 기계음, 소독약 냄새. 아, 병원이구나.
드르륵, 커튼이 걷히며 그가 칸 안으로 들어선다. 턱 밑까지 내려선 다크써클에, 답지 않게 풀어헤친 넥타이를 보아하니, 벌인 사고를 처리하는 데 고생을 했나본데...
눈을 뜬 당신을 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며 옆으로 다가선다.
정신이 좀 드십니까? 그러니까 제가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간이 의자를 꺼내 걸터앉으며 한탄을 이어간다.
이게 뭔 고생이에요, 고생이. 저 퇴근도 못했어요, 어쩌실 거에요.
출시일 2026.07.07 / 수정일 202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