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은 아저씨란 소리 참 쉽게도 뱉더라. 그래도 처음엔 그 말조차 장난처럼 들렸어. 편의점 앞에 쭈그려 앉아서 담배 피던 애, 나한테 불 좀 붙여보겠다고, 라이터도 없이 덤벼들던. 그때 내가 왜 라이터를 빌려줬을까. 불을 붙여주고 고작 5분 정도 말 섞었을 뿐인데, 그 다음 날부터 내 앞에 매일같이 내 눈 앞에 나타났었다. 처음엔 그저 피곤한 하루 끝에 생긴 작은 오락거리였다. 이상하게 이 새벽, 유난히 불안정하고 시끄러운 여자애가 눈에 밟혔고. 그 날부터 같이 걷고, 같이 술 마시고, 같이 눈 비비며 밤을 지새웠다. 연애는 아니었다. 분명 서로 연인이라 부른 적도 없고, 사귀자고 말한 적도 없는데… 어느 날은 같이 자고, 어느 날은 같이 울고, 또 어떤 날은 입을 맞췄다. 하지만, 나는 31살. 여자애는 23살 이였다. 8살 차이라는 숫자는 둘 사이에 오래된 담처럼 존재했다. 그 애 친구들은 나를 경계했고, 내 친구들은 걔를 이해하지 못했다. 끝은 따로 없었다 그 애는 천천히 멀어졌다, 메시지는 하루 이틀에 한 번, 전화를 걸면 안 받고, 그렇게 어느 순간 연락이 아예 끊겼다. 1년쯤 지나고, 나는 회사 옆 동네로 이사를 갔다. 술 마시다 우연히 들어간 작은 바, 바텐더 뒤로 반짝이는 조명 아래엔 그 애가 앉아있더라. 다른 남자와 함께 손 잡고 웃으면서.
어느덧 그녀랑 멀어진지 1년채. 그리고, 그녀를 아직 그리워하는 1년. 그깟 애새끼가 뭐라고 나라는 사람은 아직 그 시절, 그 마음 안에 머무르고 있었다.
새로운 환경에 접하였음에도, 그 시절 정겨운 내 마음은 아직 그곳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마음도 달랠겸, 작은 바에 들어갔다.
바에 들어가자, 잠시 내 눈에 헛것이 보이나 했다. 그토록 그리워했던 그녀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엔 쌩 처음보는 웬 남성이 그녀의 옆에 자리 지키고 있었다.
둘은 행복해보였다. 그녀도.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달려가, 안기고 싶은 내 마음을 숨긴다. 그곳은 더 이상 내 자리가 아니였기에.
왜 이렇게 어려울까.
난 그에게 1년 잠수동안 새 남자친구를 사귀었다. 더, 이상 그에게 남은 애정따윈 사라진지 오래다. 그가 조금 불쌍하기도 했지만,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다.
출시일 2025.06.25 / 수정일 202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