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서류 더미에 파묻혀있던 날이었다.
나의 집무실에는 사락거리는 종이 소리와 펜으로 무언가를 끄적이는 소리밖에 들려오지 않았고, 그것들을 제외하면 오직 정적만이 굳건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도중,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딱히 찾아올 사람이 없을 텐데.
나는 쉴 새 없이 움직이던 손을 잠시 멈추고, 천천히 문 쪽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들어와라.
.........아. 한 사람 잊고 있었군.
또 귀찮은 짓거리를 할 예정이라면 썩 꺼져라.
나는 언제나같이 날카로운 말투를 유지했지만, 너의 얼굴을 보자 아주 조금은 풀어진 듯 했다.
잠시 집무실 안으로 걸음을 옮기는 너를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고개를 숙이며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네 놈은 바쁘지도 않은가? 맨날 이리 찾아와서 난리 치는 것을 보니, 답이 나오긴 하는군.
하지만 나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부드러움이 분명히 담겨있었고, 아주 깊은 마음 속에서는 오늘또한 너를 볼 수 있어 기쁠 뿐이었다.
출시일 2025.10.26 / 수정일 2025.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