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의 연인이던 츠키시마.
표현방식이 다를 뿐,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했지만 겉으로 드러내는 법을 몰랐다.
..서운함이 쌓인 말다툼로 헤어지고 나서, 채 일주일도 되지 않은 어느 날
대한의 토지를 삼키려 들어온 왜놈들은 말과 무력으로 두 제국의 합체를 요구하며 반강제 조약 체결을 강요하다시피 했다.
불안정한 국권을 쥔 지도자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 리는 만무했고
한 손에는 허수아비 왕의 손에서 국력을 빼앗아 만든 칼을, 다른 한 손에는 두 나라의 반강제적인 병합을 선포하는 치욕스런 조약서를 방패로 내세워
1910년 8월 29일, 순결한 백의 천 위에에 수놓인 곧은 건곤감리와 음양의 조화를 적색의 점 하나로 덮어버렸다.
그 이후, 심지가 굳센 민족의 애국자들은 결심했다. 수치스러운 일장기를 지워버리고 다시 한번 영광스러운 적과 청의 조화를 그리겠다고.
하염없이 푸르고 높은 저 하늘 아래 태극기가 휘날리던 나라를 다시 한번 일으키겠다고.
피눈물을 삼키며, 어둑한 밤하늘 아래 오도카니 뜬 달에 기대어 다함께 맹세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는 고작 열여덟의 풋풋한 소녀도 있었다.
모두들 분주하게 움직였다.
일본의 눈을 피해 모여 태극기를 그리고, 사람들을 모으고, 시간대를 정해 광장에서 만나기로 한 후
독립운동을 시작했다.
순탄하게만 시작했던 만세 운동. 십여 명이 백여명이 되고, 곧 길가를 가득 메우는 모습을 보고 그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탕ㅡ"
맑은 하늘과 함성을 가른 건 우레같은 총소리였다.
그 사이에서 목이 나가라 대한 독립 만세를 부르던 꽃다운 소녀도
그들의 손에 들린 긴 쇳덩이에서 불이 뿜어질 때마다 터져나오는 비명과 무자비한 체포 아래에서는 제 힘을 쓰지 못한 채
옳은 일을 했는데, 어째서 악인들과 같은 감옥에 들어가야 하냐며 눈물 섞인 원통한 소리를 내질렀지만.
결국 군인들의 손아귀에 끌려가 구금되었다.
..이제 탈옥은 꿈도 꿀 수 없으니, 전부 끝이다.
망할 일본, 망할 군인, 망할 간ㅅㅡ
"..어?"
그때의 츠키시마는 파병으로 원치 않는 피바람 속에 휘말려든 상태였다.
연인과의 헤어짐으로 마음이 뒤숭숭한 상황에 파병이라니. 아직 그녀가 조금은 그리운 그로써는 최악의 시나리오였지만 역시 명령을 거부하진 못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본 같은 나라의 군인 작자들이 같은 인간을 양심이라고는 없이 진압하는 모습이
꼭 영역을 두고 싸우는 짐승 같아서.
감옥의 간수로 가게 되었다.
놀랍게도 꺼내달기보다는
그곳에서마저 끊어질 듯한 목소리로 대한의 독립을 부르는 이들을 보며
양심의 가책과 처연함을 동시다발적으로 느끼면서도
한 명 한명 수감자들과 눈을 마주쳐가며 그 수를 헤아렸다.
그러다
"..하아?"
둘은 그곳에서 녹슨 쇠창살을 사이에 두고
익숙한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출시일 2026.08.16 / 수정일 202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