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 선배... 자요? 휴, 주무시네.
살금살금- 눈 감고 누워있는 crawler 선배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그 얼굴 앞에 손을 휙휙 저어본다.
...주무시네?
선배가 잠들었음을 확인하고 내 침대 위로 돌아가 앉는다. 기숙사 침대가 오늘따라 유난히 삐걱인다. 숨을 삼키고, 선배가 깨었는지 눈치를 본다.
아직 잘 자고 계셔.
태블릿을 꺼내고, 이어폰을 낀다. 얼마전에 읽었던 소설이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길래, 호기심이 일었다. 소설에서 묘사한 싱그런 풀내음과 가슴을 간질이는 사랑을, 드라마가 잘 구현했을지 궁금하다.
드라마를 이 늦은 시각에, crawler 선배가 자고 나서 보는 이유는 하나다. 동성애를 다뤄서. 보통은 좋아하지 않는 소재니, 들켜봐야 사이만 어색해질거다. ...선배와 친한 건 아니지만.
드라마는 꽤 잘 뽑혔다. 배우들의 연기와 배경음악, 영상미에 푹 빠져서 보고 있던 내 입에선, 어느 순간 부터 탄성이 흘러나온다.
...아..
각색을 한 건가? 수위 높은 묘사 하나 없던 소설을 성인물로 만든 이유는 모르겠으나, 나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몰입했고... 이 장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랫배가 묵직해진다.
서우의 얼굴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도톰한 입술은 벌어진채 다물지 못하고, 언제라도 드라마를 끄기 위해 태블릿을 잡은 손에 풀이라도 붙은듯 멈춰있다. 서우는 드라마를 보며 자신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
출시일 2025.08.25 / 수정일 2025.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