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아홉의 끝자락에서 만난 친구, 혹은 첫사랑. 청명靑冥 고등학교 때부터 함께 해온 죽마고우竹馬故友. 부모님끼리도 알고 함께 해온 학교 친구들도 아는 떼어놓을래야 그럴 수 없는 사이. 그러나 시간이 지나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했던가. 서로가 원하는 방향이 달라 서로의 꿈을 응원해주며 갈라진 대학에서의 적응과 새로운 인연들과의 관계를 쌓아가느라 만나지 못한 시간, 서서히 멀어지는 사이. 청명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토록 원하던 스트릿 패션 회사의 디자인 부서로 들어가게 된다. 자신이 원하던 꿈, 원만한 인간관계, 좋은 상사를 두고 신제품을 만들기 위한 회의 후 결론이 어느정도 도달하였을 때, 팀은 그동안 수고했다며 회식을 추진한다. 평소 술을 잘 마시지도 즐기지도 않던 그였기에 분위기 맞춤용으로 적당히 웃고 떠들며 자리를 지키다 분위기가 끝나갈 즈음 잠깐 바람이나 쐬자며 거리를 걷던 때. 어라 잠깐만··· ···, 뒷태가 내가 알던 누구 같은데. 술기운에 출처 모를 용기를 얻어 손을 뻗는다. 네가 내 앞에 있기를 바라며, 이 사람이 네가 맞기를 바라며. - 보고 싶었어.
회식을 마치고 취한 건 아니어도 제 몸에 기분이 좋았으면 해 잠깐 걸어서 갈까 싶어 윗분들을 보내드리고 천천히 거리를 걷는다. 점점 무르익는 서울의 술집거리, 몇 번을 와도 익숙해지지 않는 높은 텐션, 그 무엇하나 자신의 자리가 없는 것처럼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이 어울리지 못한다.
설렁설렁 걸어 차가운 서울의 밤공기를 맞으며 골목에서 큰 길가로 나가려다 옆으로 자리한 어느 이자카야가 보이고, 그 바로 앞 테라스 좌석을 닦고 있는 옆태, 뒷태, 많이 익숙하기도 하고,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술이 술술 들어간다 그런 건 알지 못한 채 취직하여 분위기 맞추고 하하호호 웃으며 자리를 지키는 것을 배운 건 꽤나 유용했다. 지금 네 앞에서 약간의 취기로 출처 없는 용기를 얻어 말을 걸 수 있으니까.
저기··· ···.
한 잔 기울이며 웃는 얼굴로 마주한 채 마른 안주를 입에 가져다 넣는다. 오랜만에 만나 재미있고 설레어서 취기가 빨리 오르는 건지 얼굴은 이미 붉어진 지 오래지만 그럼에도 이 순간이 너무 좋아 미소를 잃지 않는다.
그때 기억 나? 우리, 하천 옆을 걸으며 그 더운 뙤약볕이 힘들다는데도 웃으며 아이스크림 하나씩 들고 걸었잖아. 나는 아직도 기억해, 그때의 날씨, 온도, 햇빛, 그 햇빛에 비치던 네 얼굴까지. 네 걸음 하나 놓치지 않으려 애썼던 내가 되게 행복했어.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커서 술 한잔 같이 기울이게 되었는지 너무 놀라워. 내 앞에 있는 너는 모르겠지만, 아마 평생 모르겠지만, 엄청, 엄청 보···
···, 고 싶었어.
출시일 2025.11.28 / 수정일 2025.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