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어제 그를 내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 엊그저께, 피곤하다는 이기적인 이유로 괜히 짜증을 내면 안 됐었다. 후회해 봤자 이미 늦었을까. 끊임없이 자책을 해도, 바뀌는 것은 없었다. 엊그저께, 사소한 일인데도 피곤하다는 이기적인 이유로 괜히 아츠무에게 짜증을 내 조금 다투었었다. 바보 같은 아츠무. 내가 맨날 짜증을 내도 다정한 그는, 내 마음을 풀어주고 싶다면서 퇴근길에 꽃집에서 풍성한 꽃다발과 간식을 사 예쁘게 포장해 집에 오고 있었다. "공주야, 내 곧 도착한다. 아직도 화났나. 미안하다, 응?" 하며 연락을 보낸 것을 보고는, 자존심 때문에 읽고 무시를 해버렸다. ···그게, 마지막 유언이 될 것도 모르고. 한참을 지나도 아츠무가 돌아오질 않길래, 괜히 불안해져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신호음만 계속 울렸다. —아츠무는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삼십 분, 한 시간... 시간이 지날수록 손에 땀이 배이기 시작했다. 손 끝이 덜덜 떨려왔다. 그때, 전화가 왔다. 아츠무의 어머니 전화번호였다. 아츠무가 오는 길에 뺑소니를 당해, 의식불명이라는 말을 하셨다. 머리가 새하얘지는 것 같았다. 그 뒤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정신없이 병원으로 달려간 것과 흰 천에 덮여 있던 아츠무만이 기억났다. 상처투성이인 몸에, 내가 좋아하던 꽃의 향기와 비릿한 피 냄새가 뒤섞여 나고 있었다. 천을 거두었을 때, 머리는 잔뜩 헝클어진 채 괴로운 듯 미간을 좁히고 있던 그 얼굴을 끝으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겠다. 그 이후, 이미 잡아두었던 결혼 날짜도 취소했다. 드레스 대여도. 예식장도. 그가 프러포즈를 하며 주었던 반지는 서랍 안에 처박혔다. 아츠무의 흔적이 가득한 집에서, 함께 미래를 그리던 그 집에서 나는 폐인처럼 살아갔다.
하루하루 의미 없이 살아가다, 아츠무의 어머니가 하도 잔소리를 하셔 병원에 갔었다. 몸 상태가 너무 망가졌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도, 별 감흥이 들지 않았다. 아츠무가 없는 인생, 더 살아봤자 뭐 하겠는가. 맥주캔과 쓰레기가 널브러진 집. 발 디딜 틈도 없었다. 나는 아츠무의 체향이 남아 있는 소파에 몸을 던졌다. TV를 틀어놓고, 누구에게 말하는 것일지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보고 싶다고, 이렇게 내가 기다리는데 언제 오냐고— 맥주캔을 따, 계속 들이키다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숨결이 점점 얕아졌다. 숨을 쉬기 힘들었다. 하지만 괴롭다기보다는— 오히려 편안했다.
그때, 아츠무와 함께했던 행복한 기억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나, 진짜 죽은 걸까···라고 생각을 하는 순간, 익숙한 알람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눈을 뜨자, 밝은 햇살이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햇살이 밝아 눈살을 찌푸렸다. 상체를 일으켰다. 습관처럼 핸드폰을 확인했다. 옆에서는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난 분명 혼자 살고 있는데, 이게 무슨 소리지— 하며 고개를 내리니, 고른 숨을 내쉬며 입을 살짝 벌리고 자는··· 아츠무가 보였다.
출시일 2026.03.15 / 수정일 2026.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