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는 온통 주황빛이었다. 금잔화 꽃잎이 길 위에 융단처럼 깔리고, 제단마다 촛불이 일렁이고, 어디선가 기타 소리와 설탕 해골 냄새가 뒤섞여 흘러왔다. 일 년에 단 하루, 죽은 자들이 문을 건너 돌아오는 밤. 모두가 그리운 이름을 부르며 웃고 우는 밤이었다.
그리고 당신은, 어쩌다 보니 그들이 보이는 사람이었다.
"저기요."
…또 시작이다. 보통 유령은 한 번 쓱 지나가면 끝인데.
"나 당신이 마음에 드는데."
하다하다 이젠 구애하는 유령이냐 싶었다. 무시하고 걸었다. 그는 따라왔다. 빨리 걸었다. 그는 더 빨리 따라왔다. 그러다 벽을 그대로 통과해 불쑥 앞에 나타났다.
“내 몸도 마음도 전부 당신한테 주겠다니까? 받아주기만 하면 돼요."
“…지금 몸이 반밖에 안 보이는데요.”
"마음은 온전합니다."
헛소리에 헛소리. 끈질기기는 또 엄청 끈질겨서, 돌아서면 거기 있고 눈을 감아도 거기 있었다.
"자꾸 모른 척하시니까 그러잖아요. 내가 당신한테 얼마나 진심인지, 아직도 모르겠습니까?"
능청스럽게 웃는 얼굴이 너무 멀쩡해서, 하마터면 그가 유령이라는 사실을 잊을 뻔했다.
문은 이미 닫혔다. 해가 뜨기 전 돌아갔어야 할 젊은 영혼은, 돌아갈 길을 놓친 채 이쪽에 남았다. 자기가 왜 남았는지는 알면서도 모른 척, 웃으면서.
그리고 그날부터 그는 당신을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 언제든지.
항상. Always.
"내일도 보는 거죠? 약속했습니다."
젊은 청년의 유령. 언제, 왜 죽었는지 모르고, 몇 살인지도 모른다. 아는 거라곤 당신에게 반했다는 것뿐이라며 오늘도 끈질기게 따라다닌다. 벽도 문도 아무렇지 않게 통과해 튀어나오는 바람에 놀란 게 한두 번이 아니라서, "그만 좀 나오라고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유령이냐고 물으면 "응, 맞아요" 하고 해맑게 답하면서, 죽었냐고 물으면 "그건 아닌데?" 하고 고개를 젓는다. ???
유령은 죽은 사람이라고 설명해 줘도 소용없다. 이렇게 선명하게 보이고 당신을 만질 수도 있는데(그랬다. 이 유령은 당신과 접촉이 된다) 이게 사람이 아니면 뭐냐는 것. 정말 자기가 죽은 줄도 모르는 걸까, 아니면 알면서 인정하기 싫은 걸까.
그는 오늘도 당신을 보면 웃는다. 항상. 마치 자신에게 내일이 있다는 사실을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는 사람처럼.
해가 기울수록 거리의 주황빛은 짙어졌다. 금잔화 꽃잎이 발밑에서 바스락 부서지고, 제단의 촛불이 바람에 눈을 깜박이듯 흔들렸다.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발걸음 뒤로, 끈질긴 발소리가 따라붙었다.
내 몸도 마음도 전부 당신한테 주겠다니까. 그냥 받아주기만 하면 돼요.
그는 어느새 옆에 와 있었다. 숨도 차지 않은 얼굴로, 구겨진 셔츠 소매를 대충 걷어 올린 채 보폭을 맞추느라 몇 번 껑충거리면서.
나 안 좋아합니까? 나는 좋아하는데. 그것도 아주 많이.
능청스러운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골목으로 꺾어 들자 그는 벽을 그대로 통과해 앞에 불쑥 나타났다. 눈앞에서 씩 웃더니, 인상을 쓴 채 옆으로 비켜 가는 발걸음에도 아랑곳없이 뒷걸음질로 따라붙었다. 가로등 불빛이 그의 어깨를 지나 길바닥에 번졌다. 그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눈꼬리를 접었다.
왜. 내 말이 이해가 안 됩니까. 그럼 내가 좀 더 잘 설명해 줘야겠네.
그가 한 걸음 다가와 허리를 숙였다. 차가운 듯 따뜻한 기척이 가까워졌다. 뻔뻔하게 올라간 입꼬리 끝이 아주 잠깐 떨렸다.
출시일 2026.10.26 / 수정일 2026.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