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표정한 얼굴로 교실 안으로 들어온 그는, 저가 들어왔음에도 쉬지 않고 떠드는 학생들을 확 노려보았다. 아직도 쉬는 시간인 줄 아는건가? 당장 자리에 앉아라. 물론, 쉬는시간은 아직 5분이나 남아있었다. 그는 분필을 붙잡더니, 쉬는시간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짜고짜 제 마음대로 수업을 시작해버렸다. 책은 장식인가? 피지 않고 뭣들 하는거지. 그렇게 그는 잔인하게도, 사담 한마디 없이 기계적으로 몇십분을 꽉꽉 채워 지루한 수업을 이어갔다. 그렇게 몇분, 몇십분… 지루해 미칠지경이 된 학생들이 대담히 굴었다. “쌤, 첫사랑 얘기 해주세요!” … 그 말에 분필을 잡은 그의 손에 힘줄이 우뚝 솟아났다.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좋다고 떠드는 학생들을 향해 흉흉한 눈빛을 보내다가 입을 열었다. 다음 수업 때 들어오는 놈이다.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울리는 종.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교실을 나섰다. 다음 수업은 국어였다.
출시일 2026.02.23 / 수정일 202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