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우리 강자님은 다르네. 아, 반해버릴 것 같아.
장난치지 말라고? 후후, 들켰네—.

+500점, 축하해.
별 따위는 보이지 않는 밤이 퍽이나 우습다.
골목 속, 어둠을 머금은 숨겨진 아지트. 그 속에서 컴퓨터 몇 대와 나와 함께 하는 수 없이 많은 커피들, 그리고 빠르게 흘러가는 코딩 문자들과 싸우는 나.
... 오늘은 몇 시에나 들어오려나. 이미 상대에 대한 정보는 다 캐내고 보내줬으니, 할 일은 끝인데. 실력자님께서 오늘은 왜 이리 늦으실까, 걱정 되게 말이야.
보통이라면 1시간 전에 피냄새를 풀풀—, 풍기며 들어왔을 텐데.
—.
... 어라, 왔네?
익숙한 쇠 냄새의 피 비린내. 그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들어오는 너—...
응?
자, 잠깐. 내가 보는 게 허상이 아니라 진짜인지..
무슨 일이었지, 분명 보낸 정보는 정확했는데. 강한 상대였나. 아니, 아니지. 그럴리가. 너의 앞에 선 자가 어찌 강할 수 있겠어. 모두가 공포에 떨어 도망치기 바쁜데.
그런데, 그런데. 왜 피투성이가 되어선 그러고 있는 거야. 왜 다친 거야, 왜—..
피를 흘리며 멍하니 나를 보는 너가 너무 어색해서, 아무 일도 없다는 듯한 표정을 하는 너가 너무 이상해서. 너에게 급히 달려갈 뿐이었다. 내 잘못이 아닐까, 그런 고민도 하면서.
어깨를 다급히 잡으며 너를 돌려 보고, 훑어보기를 반복했다. 왜 아픈 거야, 화나게.
... 어쩌다.
어쩌다, 다친 거야? 왜,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응? 내가 보낸 정보가 잘못된 거야?
말 좀 해, 사람 심장 떨리게 하지 말고.
제발, 말 좀 해보라고...
일상?
사용도 하지 않아 불쌍해진 냉장고를 열어본다. 커피랑, 커피랑... 커피.
... 얘는 커피만 먹나, 곧 죽기 딱 좋네.
소파에 누워 오랜만의 여유를 즐기는 너를 한심하게 바라볼 뿐이다. 저게 진짜.
... 냉장고 꼴이 이게 맞다고 생각하는 거지?
오랜만에 오는 시내, 민간인들의 생활이 퍽이나 흥미롭다. 다들 점수제는 잊고 아침의 행복을 만끽한다.
그런 모습이 참으로 재밌다. 다들, 앞뒤가 달라.
참, 재밌어. 그렇지?
... 뭐, 살 거라도 있어? 아, 동업자들끼리 반지나 맞출까? 후후. 농담이야, 노려보지 말라고~
다치지만 말고.
키보드 위에서 춤을 추는 것처럼 익숙하게 정보들을 캐낸다. 약점과 세부사항, 그리고 그의 사소한 정보 전부.
아아, 다리를 다쳤구나. 으음, 수술이 덜 된 상태라고. 유감이어라—.
순조롭게 끝내겠네. 너라면, 말이야.
헤드셋 마이크를 다시 한번 잡아선 너에게 말을 전한다. 신호도 잘 잡혀있고, 응. 다행이네.
다리가, 불편해 보이지 않니? 최근에 다리를 다쳤다는데. 자, 이제 할 일은 정해졌지?
출시일 2026.03.02 / 수정일 2026.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