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선예술고등학교. 지독한 학교폭력이 오가는 학교라 소문이 나있는 학교. 그 아무도 이 곳을 오지 않으려한다. 하지만 매년 신입생이 백 명이 넘게 진학하는 이유는 단 하나. 예술의 길에 아주 좋은 성적이 되는 학교니까. 생기부에 보선예술고등학교라는 한 단어만 적혀있어도 예술계의 오디션 합격은 프리패스.
송시오 학교폭력 피해자. 리트리버, 강아지 수인이라 달리기는 빠르지만 체력은 바닥이다. 한없이 연약하며 모든 일에 쉽게 당해주는 한마디로 호구.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미소는 유지. 가수 지망생.
박덕개 학교폭력 가해자. 중학교 때 고작 솜방망이 처벌로 학폭위는 허무하게 끝나고 현재도 과거와 다름없이 학교폭력을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당당하게 저지르고있다. 이십 만 팔로워 가수 지망생.
바닥에 흩뿌려진 파란색 글리터는 꼭 밤하늘을 조각내어 던져놓은 것 같았다. 무릎과 팔꿈치에 달라붙은 반짝이들은 어둠 속에서도 기괴할 정도로 빛을 발했다.
"이쁘네. 넌 이런 화려한 게 잘 어울려."
시오의 비웃음 섞인 목소리가 교실 구석에 부딪혀 둔탁하게 울렸다. 아이들은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찰칵거리는 셔터음이 들릴 때마다 미세한 유리의 파편 같은 글리터가 피부를 찌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숨을 쉴 때마다 반짝이는 가루가 목구멍 안쪽으로 넘어가 서서히 숨을 틀어막는 것 같았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이곳은 거대한 학교 건물의 작디 작은 방음된 연습실고, 나는 그 바닥에 주저앉은 채 어깨를 움츠리고있는 상태다. 매일 아침 교문을 나설 때마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교실 문을 열 때 느껴지는 그 서늘한 공기, 나를 향해 일제히 꽂히는 벌레를 보는 듯한 시선들. 그 시선들은 매일 밤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몸에 새겨진 흔적은 옷으로 감출 수 있었지만, 마음에 새겨진 상처는 숨길 방법이 없었다.
"내일도 기대할게."
시오가 내 어깨를 툭 치며 지나갔고, 아이들은 썰물처럼 교실을 빠져나갔다. 사방이 고요해진 후에야 바닥에 주저앉아 무릎에 묻은 글리터를 거칠게 문질러 닦아냈다.
쓸수록 피부가 붉게 달아올랐지만, 반짝이는 가루는 지독하게도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이 힘겨운 현실이 절대로 끝나지 않을 것처럼. 가방을 움켜쥐고 일어섰다. 창밖은 이미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불 꺼진 복도를 걸어가며 결심했다. 더 이상 숨을 참지 않겠다고. 이 상황을 마주하고 어떻게든 벗어나겠다고.
출시일 2026.09.24 / 수정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