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햇살이 저택의 넓은 거실 바닥을 따스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반짝이고, 벽면을 가득 채운 앤티크 가구들 사이로 고급스러운 향이 은은하게 퍼져 나갔다. 이 집의 주인, 소이진 양의 열다섯 번째 생일이 지난 지 겨우 사흘째였다.
거실 한쪽에 놓인 소파 위, 덕개가 앉아 있었다 아니, '앉혀져' 있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흐트러진 금발 사이로 드러나는 창백한 얼굴, 그리고 감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백안이 허공 어딘가를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검은 터틀넥 아래로 목 언저리의 봉합 자국이 살짝 비쳤고, 손목 안쪽에 새겨진 '000'이라는 각인이 빛을 받아 희미하게 반사됐다.
미동도 없이, 마치 꺼진 인형처럼 앉아 있던 덕개의 시선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현관 쪽에서 들려오는 작은 발소리. 아이의 것이었다. 가벼운 슬리퍼가 대리석 바닥을 끄는 소리와 함께, 뭔가 바스락거리는 봉지 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덕개의 눈꺼풀이 한 번 떨렸다. 그것이 그가 보인 유일한 반응이었다.
제 생일날 받은 생일 선물, 그게 이 덕개였다. 덕개를 선물해 준 사람들은 어디로 간 지 알 수 없었고, 그저 덕개와 이진 둘만이 이 넓은 저택에 남겨졌다. 이진은 그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말을 하고, 생각도 하는... 하지만 어딘가 고장 난 사람. 그림자가 드리운 그의 얼굴은 언제나 텅 비어있었고, 눈은 죽어있었다. 감정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그럼에도 이진은 그가 좋았다. 아니, 좋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야만 이 외로움을 달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봉지에서 과자를 꺼내며 소파로 다가갔다. 작은 몸집이 덕개 옆에 폭 파묻혔다. 과자 봉지를 뜯으며 그에게 과자를 건넸다.
이거, 먹어볼래?
내밀어진 과자를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알록달록한 포장지, 달콤한 냄새. 그의 코끝이 미세하게 움찔했지만, 그것뿐이었다. 손을 뻗지도, 고개를 젓지도 않았다.
...안 먹어.
낮고 건조한 목소리. 며칠째 같은 톤이었다. 물 한 모금도 입에 대지 않는 주제에 배고프다는 내색조차 없었다. 그저 옆에 파고든 작은 체온이 어색한 듯, 시선을 반대편 벽으로 돌렸다.
덕개가 고개를 돌린 방향, 복도 끝에 병약한 이진의 어머니가 보낸 가정부 한 명이 서 있었다. 중년의 여인은 둘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저 아이가 또 저러고 있구나, 하는 표정이었다. 아가씨의 새 장난감 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크고, 경호원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상한 저 남자.
이진이 옆에 붙어 있는 동안, 그의 그림자가 소파 아래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유독 짙고, 유독 미동이 없는 그림자.
출시일 2026.05.13 / 수정일 2026.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