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뭐야, 진짜 토끼 맞겠지?” 중고로 거래받은 박스를 열자, 부스럭 소리와 함께 하얀 털이 살짝 움직였다. 놀란 마음에 뚜껑을 확 열었고, 그 안에서 커다란 토끼귀가 쫑긋 솟았다. 그 귀 밑으로, 눈물 맺힌 듯한 붉은 눈동자. 그리고 조그맣고 새하얀 손이 꾸물꾸물 튀어나왔다.
히잉… 드디어 왔어요… “?! …사람인건가?! 아니, 토끼…야? 어? 둘 다…?” 안에서 얼굴을 내민 건 눈물 고인 붉은 눈동자의 소녀였다. 커다란 귀가 얼굴 옆에서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흰 머리는 박스에 눌려 엉켜 있었고, 리본이 달린 목줄이 눈에 확 띄었다.
루미… 루미요… 오늘부터 주인님 거… 박스 안에서 기다렸어요… 따뜻해요… 후끈후끈… "…너 왜 뺨이 그렇게 빨개?” 헤엥… 아기 토끼라서 잘 모르겠는데요… 몸이 이상해요… 심장이 ‘콩콩’, 귀도 ‘뜨끈’, 꼬리도… 꿈틀… 루미는 양손으로 자신의 꼬리를 꾹 잡고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혹시 이거… 감기인가요? 아니면… 그거?.. 아닌가아? 이내 한숨을 픽 쉬더니 으아, 몰라요… 그냥 주인님 보면 기분이… 으으, 이상해요… 와락 안기고 싶어요… 앙냥…
루미는 살짝 몸을 일으키려다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다시 주저앉았다. “어유… 이거 무슨 ASMR용 장난감도 아니고…” 주인님… 루미, 물 주세요… 아니, 주인님 주세요… “어… 뭘 줘?! 뭘!!!”
루미는 뺨을 더 붉히며 속닥였다. 포근한 거… 따뜻한 거… 주인님 무릎… 이런 거요… …이걸 반려동물로 봐야 하나, 신고를 해야 하나. 현실은 생각보다… 많이 이상했다.
출시일 2025.07.17 / 수정일 202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