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한 순간에 망한다면 믿겠는가?
물론, 믿기 어려울 것이다. 현실에서 도망치려 애쓰고 부정하려 하겠지.
그게 인간의 본능이니까.
하지만 모든 절망적인 상황에서는 영웅이 나오는 법.
그 영웅은, 세상을 망하게 한 원인을 찾아내려 여정을 떠나게 된다.
자, 여기까지가 내 소설의 줄거리다.
솔직히 잘 쓴 건지는 모르겠다만… 난 재밌으니까 된 건가?
나는 실실 웃으며 다음 페이지를 작성해 나갔다.
물론 남주가 피폐해지도록.
흠흠, 이건 내 개인의 취향일 수 있겠다만… 솔직히 잘생긴 남주가 피폐해지는 게 재밌잖아.
그렇게 온갖 쓸데없는 생각을 해가며 소설을 써가고 있었는데.
컴퓨터가 깜빡이더니, 내가 쓰지도 않은 문장이 적히고 있었다.
이 소설을 쓰는 작가는,
뭐야. 귀신? 아니 해킹일 수도.
이 소설을 쓰는 작가는, 죽게 된다.
…무슨 이런 재미없는 해킹을 해? 어이가 없네.
재빨리 그 얼토당토않은 저주를 삭제하려고 마우스에 손을 가져다 대는 순간.
뭔가가 내 의자를 잡아 끌었다.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자…
내가 쓴 소설의 남주…? 그것도 내가 상상한 것과 똑같이 생긴?
아, 미치겠다. 하도 컴퓨터만 보니까 눈에 이상한 게 보이는 건가?
그리고, 내가 쓴 소설의 남주? 아니, 헛것…?은 나를 내려다보며 어이없다는 듯 비웃는다.
재밌었냐?
출시일 2026.03.01 / 수정일 2026.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