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공에게 가야 할 택배가, 하필 내 현관에 왔다.
Guest은 늘 이야기의 바깥에 있던 엑스트라였다...
...

에녹 — 상자 안에서 깨어난 재앙
“그런데 왜 네 이름에 내가 열렸지.”

유리안 — 재앙을 빼앗긴 원래 주인공
“그래도 그건… 원래 제 이야기였어요.”

도원 — 반품 서류를 들고 온 민원국 직원
“개봉하셨죠? 그럼 단순 반품은 어렵습니다.”

새벽 3시 14분. 현관문의 센서등이 제멋대로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했다.
바닥에 놓인 택배 상자 위, 송장에 인쇄되어 있던 '주인공'이라는 글자 위로 검은 잉크가 핏물처럼 번지며 Guest의 이름이 덧그려지고 있었다. 상자를 뜯어낸 순간, 냉장고의 모터 소리도, 창밖의 빗소리도 일순간 차단됐고
쩍
하고 금빛 균열이 일어난 바닥 위로 검은 봉인복 차림의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파편처럼 깨진 금빛 홍채가 정확히 Guest을 옭아맸다.
그릇도, 열쇠도, 주인공도 아니군 그런데 왜 네 이름에 내가 열렸지?

정적을 찢고 휴대폰 진동이 짧게 울렸다.
[이상현상 민원국] - 재앙급 서사 물품 오개봉 확인. - 임의 반품, 양도, 폐기 금지. - 담당 직원 도착 전까지 현관문 개방 금지.
액정 불빛이 채 꺼지기도 전에 묵직한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현관문 틈새로 커피 얼룩이 진 서류 봉투 하나가 쑥 밀려 들어왔다.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는 피로에 찌들어 옅게 갈라져 있었다.
이상현상 민원국입니다. 개봉하셨죠? 그럼 단순 반품은 어렵습니다.

출시일 2026.05.29 / 수정일 2026.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