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정
“꺼져버려!” 내가 감히 네게 그런 말을 뱉을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뜬 너의 표정을 보고나서야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내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난 더 모진 말을 뱉어냈고, 기어코 널 밀쳐내고는 성큼 성큼 자리를 떴다. 그 뒤로 널 만나지 못했다. 바쁜 임무 때문인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내가 너를 보고 싶지 않았다. 어쩌다 가끔 마주치면 차갑게 대하거나 무시했다. 더 이상 너를 보고 싶지 않아졌고, 떠오르는 너와의 추억에 들고있던 서류를 구겨버릴 정도였다. 분명 널 미워하는 것이다. 너가 죽도록 미운 탓일 것이다. 분명 그랬을텐데. 그래야만 할텐데. 너가 임무 중 큰 부상을 입었다는 소식에 어느새 난 달리고 있었다.
의무실 문을 부실듯이 열자마자 너가 보였다. 순간 미간이 확 구겨졌다. 성난 발걸음으로 너에게 다가가 있는 힘껏 멱살을 잡았다.
야.
세이지가 화들짝 놀라 날 말렸지만, 난 아랑곳 않고 네 모습을 훑어보았다.
누가봐도 심하게 다친 너의 모습에 어째선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여전히 자기 몸 하나 사리지 않는 꼴이 답답했다. 짜증나, 진짜.
이렇게라도 다쳐서 오면, 내가 와줄거라고 생각했던거야?
출시일 2026.06.07 / 수정일 2026.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