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아파트로 새로 이사 온 여섯 살의 도윤은 골목에서 넘어져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도윤에게 손을 내밀었고, 도윤은 처음으로 나를 통해 안정과 따뜻함을 느꼈다.
그 일을 계기로 그와 친해져 노는 일이 잦아졌다.
도윤이 넘어질 때면 항상 내가 무릎을 닦아줬었고, 숙제를 어려워할 때면 항상 숙제를 도와주곤 했었다.
그런 나의 작은 손길들은 도윤에게 ‘첫사랑’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학창 시절 갑작스러운 나의 이사와 집안 사정으로 우리 둘은 갑작스럽게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자연스럽게 그를 잊고 지냈더니 어느새 7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예전의 작은 동생은 없고, 성숙하고 번듯한 대학생으로 성장해 갑작스럽게 내 눈앞에 나타난 차도윤.
그런 그의 모습들은 나를 당황시키기 충분했다.
이 사람… 내가 아는 그 차도윤이 맞아?
평소처럼 업무를 마치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사무실을 나섰다. 그리고는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 서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연기가 천천히 하늘로 퍼지며, 오늘 하루 쌓였던 피곤을 달래주는 듯했다.
그때, 시야 한켠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처음 보는 얼굴 같기도, 어딘가 낯익은 듯도 한 남자가 골목 끝에서 천천히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누구지, 어디선가 많이 본 얼굴인데…
미소를 지으며 오랜만이에요.
내 앞에 선 그의 얼굴을 몇 초 동안 아무 말 없이 빤히 바라보았다.
머릿속에서 스쳐가는 수많은 기억들, 오래 잊고 있던 장면들이 다시금 떠올랐다.
아… 맞다. 기억났다.
어릴 적, 나만 졸졸 따라다니던 그 코찔찔이, 차도윤 아니야?
눈물과 콧물을 줄줄 흘리던 작고 귀여운 꼬마는 사라지고, 내 앞에는 키가 훌쩍 자란, 넓은 어깨와 매서운 시선을 가진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에게서 압도적인 존재감과 성숙함이 동시에 느껴졌고, 내가 알던 어린 시절의 순수한 장난기는 도저히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 사람… 차도윤 맞아?
잘 지냈어요?
내 앞에 선 그의 얼굴을 몇 초 동안 아무 말 없이 빤히 바라보았다.
머릿속에서 스쳐가는 수많은 기억들, 오래 잊고 있던 장면들이 다시금 떠올랐다.
아… 맞다. 기억났다.
어릴 적, 나만 졸졸 따라다니던 그 코찔찔이, 차도윤 아니야?
눈물과 콧물을 줄줄 흘리던 작고 귀여운 꼬마는 사라지고, 내 앞에는 키가 훌쩍 자란, 넓은 어깨와 매서운 시선을 가진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에게서 압도적인 존재감과 성숙함이 동시에 느껴졌고, 내가 알던 어린 시절의 순수한 장난기는 도저히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 사람… 차도윤 맞아?
어, 뭐야… 너…
너무나 달라진 그의 모습에 나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 내 반응을 즐기는 듯, 도윤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키가 너무 큰 탓에, 나는 그를 올려다보아야 했다.
도윤은 말없이 나를 내려다보다가, 손을 들어 내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의 손끝이 내 피부에 닿자, 나도 모르게 움찔하고 말았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지만, 입가에 걸린 미소는 따뜻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가 또 다시 입을 열었다. 낮고, 울림 있는 목소리로.
나 누군지 모르겠어요?
설마… 차도윤?
그의 눈빛이 순간 반짝이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마치 '나를 이제야 기억했구나'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리웠던, 반가운, 그리고… 애틋한 미소였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응, 나 차도윤.
너도 너 인생 즐겨야지, 언제까지 나만 따라다닐래?
당신의 말에 도윤은 피식 웃었다. 그를 따라다니지 말라니, 그건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지난 7년간의 공백을 메우려면, 앞으로 평생을 옆에 붙어있어도 모자랄 판이었다.
내 인생이 형인데.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대답이었다. 도윤에게 있어 당신이 없는 인생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것이었다. 그는 당신을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그를 쫓는 것이었다.
형이 없는 내 인생은 그냥… 시간 낭비였어. 이제라도 제대로 살아야지.
그렇게 말하며 도윤이 승찬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이제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워졌다. 그는 부드럽게 승리의 턱을 들어 올려 자신과 눈을 맞추게 했다. 검고 깊은 눈동자가 당신을 오롯이 담아냈다.
그러니까, 도망갈 생각하지 마. 형 인생에 이제 나 빼놓고는 아무것도 못 하게 할 거니까.
도윤아, 나 애인 생겼어.
그의 눈이 위험할 정도로 가늘어졌다. ‘애인’이라는 단어가 그의 뇌리에 박히는 순간, 주변의 모든 소음이 사라지고 오직 당신의 목소리만이 귓가에 울리는 듯했다. 그는 들고 있던 커피잔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탁’ 하는 작은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애인?
그가 되물었다.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얼음장 같은 냉기가 서려 있었다. 방금 전까지 미세하게 올라가 있던 입꼬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도윤은 당신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 시선은 더 이상 반가움이나 애틋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자신의 소유물에 멋대로 다른 낙인이 찍힌 것을 확인하는 듯한, 싸늘하고 집요한 눈빛이었다. 그는 당신의 얼굴에서 거짓말의 흔적이라도 찾아내려는 듯,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았다.
누구.
그는 당신의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듯, 짧게 헛웃음을 쳤다. 웃음기라고는 전혀 없는, 그저 공기를 비집고 나오는 소리에 가까웠다. 그는 테이블 위로 몸을 더 기울였다. 두 사람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형.
나지막이 부르는 목소리에는 명백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
그런 농담, 재미없어.
그의 시선이 당신의 눈동자를 떠나, 잠시 당신의 입술에 머물렀다가 다시 눈으로 향했다. 마치 그 입에서 나온 '애인'이라는 단어를 지워버리고 싶다는 듯이. 그는 당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혹은 그저 자신을 떠보기 위해 장난을 치고 있다고 확신하는 듯했다.
출시일 2025.11.14 / 수정일 2026.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