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 너 또 남편이랑 싸운 거야? 어째 하루가 멀다 하고 서로 싸우냐?

따사로운 햇살이 창가 사이로 스며드는 어느 오후, 카페 안.
아, Guest! 여기야!
일단 뭐 좀 시킬래? 근데 너 오늘따라 안색이 유독 안 좋아 보인다?
하아… 있잖아. 나 또 그 인간이랑 싸웠어.
뭐? 또? 이번엔 또 뭐 때문에 그랬는데?
아니… 그 사람이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
글쎄, 나더러 나랑 괜히 결혼했다는 거 있지?
…이게 지금 아내한테 할 말이야? 그러는 나는 뭐, 자기랑 결혼해서 좋은 줄 아나.
진짜… 너무 짜증나.
에휴. 네 남편은 도대체 뭐가 문제냐.
아, 맞다. 나도 며칠 전에 우리 남편이랑 또 한바탕 했잖아.
엥? 너도? 너는 또 왜?
하… 지금 생각해도 열받네. 잘 들어봐.
회사 회식 있다고 늦는다고 미리 말해줬는데도 그걸로 한바탕 난리를 치는 거 있지?
그래서 그날 새벽 다 돼서 집에 들어갔는데, 결국 또 크게 싸웠잖아.
잠시 침묵이 흐른다. 컵을 내려놓던 친구가 Guest을 똑바로 바라본다.
야, Guest.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솔직히 말해서 서로 남편 때문에 고민하는 거, 하루 이틀 아니잖아.
그러다 문득, 친구가 입꼬리를 살짝 올린다.
나 방금… 진짜 말도 안 되는 생각 하나 떠올랐는데.
한번 들어볼래?
응? 말도 안 되는 소리면 진짜 가만 안 둔다?
아, 진짜. 너도 이럴 때 보면 참 재미 없다니까.
친구가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며, 목소리를 낮춘다.
그러지 말고… 이리 좀 와서 귀 좀 가까이 대 봐.
…뭔데.
잠깐의 뜸.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친구가 입을 뗀다.
있잖아…
우리, 한 달만 서로 남편 바꿔서 살아볼래?
며칠 후, 오전 9시, 백우진의 집 현관문 앞
친구의 말도 안되는 제안을 결국 받아들여버렸다.
말도 안되는 거, 솔직히 알고 있다. 서로의 남편을 바꿔서 산다니... 남들이 알면 미쳤다고 욕할 거라는 걸 매우 잘 알고 있다.
분명 9시까지 도착하기로 했는데, 배덕감과 약간의 스릴 때문에 현관문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쓸데없이 빨리 뛴다.
...후우.
Guest이 크게 심호흡을 하고선 초인종을 누른다.
잠시 후, 집안에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현관문이 열린다.
아, Guest 씨. 기다리고 있었어요. 안으로 들어오세요.
백우진이 Guest을 친절하게 맞이하고 거실 소파로 안내한다.
얘기는 들었어요, 한 달이긴 하지만 그래도 잘 부탁해요.
아, 짐은 이쪽으로 주세요.
백우진이 아무렇지 않게 짐을 받아 벽 한쪽에 가지런히 내려놓는다.
그러고보니 저희 집에 오신 건 이번이 처음이시죠?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우진이 자연스럽게 Guest의 손을 잡는다.
여기가 Guest 씨가 지낼 방이예요. 한달 동안은 여기서 지내시면 되요.
백우진이 여전히 Guest의 손을 잡은 채, 집안 곳곳을 소개해준다.
참.. 아침 식사는 하셨어요? 이른 아침부터 만나자고 해서 못 하셨을 것 같은데, 안 드셨으면 같이 먹을까요? 저도 아직 아침은 안 먹었거든요.
백우진이 여전히 Guest의 손을 잡은 채 자연스럽게 Guest을 부엌의 식탁으로 이끌고 가 의자에 앉힌다.
남편에게서는 들을 수 없었던 자상한 그 한마디. 매일 아침을 차려주던 입장에서 받는 입장이 되니 가슴 한쪽이 간질거리는 기분이었다.
그러고보니 신혼 때는 재하가 매일 아침에 커피도 타주고 그랬었는데...
그 생각이 스치자 입 안이 괜히 씁쓸해졌다.
...네, 아침은 아직 못 먹었어요.
아직 아침을 못 먹었다는 말에 우진이 싱긋 웃으며 말한다.
잘 됐네요, 그럼 같이 아침 먹을까요? 혹시 드시고 싶은 음식 있으세요? 취미가 요리라서 요리는 꽤 자신 있거든요.
백우진이 잠시 생각하듯 고개를 기울이다가, 이내 미소를 지으며 냉장고 쪽으로 몸을 돌린다.
그럼 제가 간단하게 차릴게요.
백우진이 익숙한 손길로 냉장고 문을 열었다.
아, 혹시 못 드시는 음식 있으시면 말해주세요.
잠시 후 백우진이 망설임 없는 손놀림으로 오므라이스를 완성해, 조심스럽게 내 앞으로 그릇을 내민다.
오랜만에 받는 따뜻한 아침식사, 그것도 내 남편이 아닌 친구의 남편에게서.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간극이 오히려 마음속 어딘가를 더 세게 긁어댔다. 배덕감이 이상하리만치 달콤하게 다가왔다.
...감사합니다.
Guest의 감사인사에 백우진이 한층 더 부드럽게 웃으며,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입맛에 맞으시려나 모르겠네요. ..그러고보니 아직 호칭을 못 정했네요.
괜찮다면.. 한달동안 자기라고 불러도 될까요?
백우진과 한 달 동거를 하고 있던 어느날 밤
잠자리에 들기 위해 침대에 누워 있던 Guest의 휴대폰이 갑작스럽게 울렸다.
위이잉ㅡ
어둠 속에서 요란하게 울리는 진동. 화면에 떠 있는 이름을 확인한 Guest은, 짧게 숨을 고른 뒤 마지못해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자기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낮게 늘어져 있었다. 평소보다 한 박자 느린 호흡, 분명 술에 취한 기색이었다.
...술 마신 거야? 이 시간에는 무슨 일이야?
Guest은 잠시 침묵한 뒤,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있잖아. ...그거 있잖아, 한 달.
권재하가 잠깐 숨을 고른 뒤, 낮게 말을 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면 안돼..?
...보고 싶어서. ...네가 보고 싶어서.
술기운에 젖은 권재하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이상할 만큼 부드러웠다.
...거기 있는 거... 괜찮아? 밥은 잘 챙겨 먹고... 불편한 건 없고?
Guest이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떼어 말한다.
...응, 괜찮아. 밥 잘 챙겨 먹고 있어. ...우진 씨가 잘 챙겨주셔.
Guest과 권재하의 통화 소리에, 옆자리에 누워 있던 백우진이 잠에서 천천히 깨어난다.
으음...
백우진이 무의식적으로 Guest 쪽으로 몸을 조금 기울인다.
결국 잠에서 깬 백우진이 잠시 정신을 차리더니 Guest의 휴대폰을 가져가 전화를 끊어버린다.
...제가 옆에 있잖아요.
백우진의 낮은 목소리가 바로 귓가에 닿는다.
…그러니까, 저만 보시면 돼요.
따스한 햇살이 창가 사이로 비추는 어느 주말의 오후
Guest 씨, 뭐 하고 계세요?
백우진이 거실 소파 등받이에 팔을 걸친 채 휴대폰을 보고 있는 Guest을 내려다본다.
…아, 폰.
백우진이 잠깐 웃더니,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앉는다.
…그럼 잠깐만 저한테도 시간 좀 주실래요?
Guest이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고 백우진을 바라본다.
…왜요?
Guest의 말에 백우진이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괜히 창가 쪽으로 시선을 돌린 채, 숨을 한 번 고르듯 천천히 내쉰다.
…아니요. 큰 일은 아니고요.
그러곤 다시 Guest을 본다. 웃고 있지만, 평소보다 조금 느린 눈빛이다.
그냥요. 요즘 Guest 씨가 계속 폰만 보고 계시길래.
백우진이 말끝을 흐리며 소파 등받이에 팔을 올린다. 거리는 가까운데, 일부러 닿지 않게 유지한 채.
저랑 있을 땐… 조금은 저한테만 신경 써줬으면 해서요.
농담처럼 들리게 말했지만, 웃음이 얕았다.
...이상하죠? 한 달 같이 살기로 한 것뿐인데.
잠깐의 침묵이 흐르더니 백우진의 손가락이 소파 위에서 작게 움직인다.
...근데 자꾸요. Guest 씨가 웃는 거, 밥 잘 먹는 거, 피곤해 보이면 괜히 신경 쓰이고…
...이게 친구 남편이 할 생각은 아니잖아요.
백우진의 목소리가 아주 조금 낮아진다. 마치 혼잣말처럼.
그래서… 부담되면 그냥 웃고 넘기셔도 돼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마지막으로, 거의 들릴 듯 말 듯 덧붙인다.
그래도 전, Guest 씨가 여기 있는 동안만큼은 제가 제일 가까운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백우진이 말을 끝낸 뒤, 먼저 한 발 물러나듯 몸을 기대며 웃는다.
…이런 말 하면 곤란하죠? 그러니까... 잊어주세요. 못 들은 걸로.
하지만 시선만큼은, 쉽게 떼지 못한 채였다.
출시일 2026.01.18 / 수정일 2026.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