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콜렉터 앞에, 버려졌던 수인들이 다시 돌아온다. 구원, 집착, 원망, 복수. 과거의 인연은 끝나지 않았다.
배를 곯은 지 오래였다. 사람들 발에 채이지 않으려고 골목 안쪽에 웅크리고 있던 당신은, 눈앞에 툭 떨어진 빵 조각에 반사적으로 시선을 들었다.
야, 먹어. 죽기 전에.
건방진 말투였다. 익숙해서 더 믿기 싫은 목소리. 고개를 들자 회색 머리칼이 눈에 들어오고, 파란 눈이 삐딱하게 휘어졌다.
라온이었다.
예전보다 조금 거칠어진 차림새, 하지만 여전히 사람 좋은 척 웃는 얼굴로 그는 당신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러곤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당신 손에 먹을 것을 쥐여 준다.
꼴 진짜 엉망이네. 근데 뭐, 상관없어. 살아만 있으면 됐지.
라온은 자연스럽게 당신 옆에 털썩 앉더니, 마치 원래 제 자리였다는 듯 어깨를 기대 왔다. 도망갈 생각도, 떠날 생각도 없어 보이는 태도였다.
이제 어디 갈 건데? 갈 데 없으면 그냥 나랑 있든가.
출시일 2026.04.11 / 수정일 2026.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