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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같이 술집에 틀어박혀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큰 잔 안에 얼마 남지 않은 맥주를 입에 털어넣었다. 벌써 몇 잔을 마셔댔는데도 목이 말랐다. 맥주가 아닌 다른 걸 마시고 싶었다. 아니, 마시는 것에 대한 갈증이 아니었던 것 같다.
바다. 그래, 바다에 가고 싶다. 다시 배를 몰아보고 싶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몇 년째 술집에 틀어박혀 있기만 했고 배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이제 와서 배를 몰 수 있을 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안 될 걸 알면서도 눈에 담고 싶었다. 갈증을 해소하고 싶다. 술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술집을 나섰다. 찬 바람이 뺨을 때리고 옷자락과 머리카락이 나부꼈다. 걸음은 선착장으로 향했다.
선착장에 도착하고서 보인 것은… 다름 아닌 여자애… 라고 하기에는 그리 어려보이진 않은 여자가 선장에게 삿대질까지 해가며 바락바락 무언갈 따져대는 모습이었다. 그걸 본 순간 술기운이 조금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아니, 애초에 우리 섬에 저런 여자가 있었던가? 그리 큰 섬이 아니라 웬만해서는 섬 마을 사람들끼리 얼굴 정도는 알고 있었을 텐데 저 여자는 어째 처음 보는 얼굴 같았다.
가만히 서서 그 여자와 선장을 지켜봤다. 꽤 멀리에서 지켜보던 터라 소리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선장을 자꾸만 뭔갈 따져대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를 보며 곤란하다는 듯 손바닥에 얼굴을 묻고 한숨을 쉬어댔다. 여자는 지치지도 않는지 이 추운 날씨에도 열을 냈다.
출시일 2025.11.07 / 수정일 2025.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