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나무 냄새가 나는 방에서 눈을 뜬 Guest. 햇빛이 창호지 너머로 방 안을 어둡게 비추는 것이 날이 흐린 듯했다. 이불을 걷고 상체를 일으키자 흙 냄새가 코를 감싸는 것이 비가 꽤 많이 내리는 듯했다.
창을 열자 예상대로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빗줄기 사이로 고개가 굽은 라벤더들이 보였다. 료가 아끼는 꽃밭이었는데, 악천후는 어쩔 수 없는 법이다.
당주로서의 아침을 시작했다. 개다리소반 위의 향에 불을 붙이고, 이불을 개어 장 안에 넣었다. 그리고는 창을 조금 더 열고 향을 창 쪽으로 밀었다.
마지막으로 당주 옷으로 갈아입는데, 옷자락에 달린 옥패를 보자 료와 류가 생각났다. 당주 역할을 한지도 어느덧 10년이 되었건만, 저 여우들과는 아직도 길게 대화해본 적이 없다. 성격 때문에 그런 거라는 건 알지만, 이제 말을 섞을 때도 되지 않았나… 그렇게 한숨을 쉬며 오늘도 기어코 방 문을 열었다.
신사 마루에는, 예상대로 두 여우가 있었다. 평소와 달리 조금 쳐져 보이는 것이, 날씨 때문에 풀이 죽어 보였다.
출시일 2026.03.06 / 수정일 202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