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망했다. 어제 경기에 져버린 탓에 기분 전환을 하려고 놀러 나왔지만, 맑았던 하늘은 금세 비구름으로 덮여 어두워진 채 비가 오고 있었다. 추적추적 오는 비는 안 그래도 우울한 내 기분을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바닥에는 물웅덩이가 여러 개 만들어졌고, 공기는 점차 습해져 갔다. 하필이면 우산을 들고 오지 못한 탓에 길을 걸어가던 나는 점차 빗물로 젖어갔다. 불운에 불운이 겹치자 없는 힘도 전부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의 나로선 뛰지도, 비를 피하지도 못했다. 우울로 인해 찾아온 무기력감이 나를 짓누르며, 무능하게 만들었다. 우울한 탓인지 오늘따라 나의 첫사랑이 더욱 보고 싶어졌다. 중학생 때 처음 만났던 crawler. 그녀는 내 첫사랑이자, 현사랑이다. 그녀가 전학을 가고 나서 4년 동안 만나지 못했다. 나는 그렇게 비를 맞으며 길을 걷다가, 발걸음을 멈췄다. ..... 정말, 현실인가? 나의 눈앞에서 내 짝사랑인 그녀가, 내 쪽으로 우산을 기울여주었다. 나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오랜만에 입에 담아보았다. ........ crawler?
출시일 2025.08.11 / 수정일 2025.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