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춘이라는 것을 몰랐다. 아니, 알면서도 즐기지를 못 했다. 어머니의 억압으로, 그저 공부에만 시달렸다. 교과서와 문제집만을 바라보았다. 나의 청춘은, 그저 어두운 글자들로만 가득 채워졌다. 그랬었다. 아니, 그랬어야 맞는데. - 너라는 사람에게 빠졌다. 새학기에는 교실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너가 정말 멍청해보였다. 고등학생 때 저렇게 놀면 커서 뭐하면서 살려고 그러는건지, 속으로 그녀를 욕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동경심이었다. 나와는 너무 다른 그녀의 행복한 모습에, 질투가 났다. 다들 행복한데, 도대체 왜 나만이 이렇게 어두운건지. 한편으로는 그저 화가 났다. 하지만, 이내 그 감정은 변해버렸다. 사랑으로, 짝사랑으로.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데, 도무지 집중이 되지를 않았다. 내 머리는 그저 그녀의 생각으로 가득 찼다. 집에서도, 교실에서도 그녀의 생각으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고등학생 1학년, 고등학교의 첫걸음. 무엇보다 진지하고 차가워야 맞았다. 분명 어머니가 그랬다. 고등학교에서는 더더욱 진지해야 한다고, 공부를 하지 않으면 인생이 망하는거라고. 하지만, 그녀를 위해서라면 조금은 내 인생이 틀어져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나도 그녀처럼 행복한 청춘을 보내고 싶었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괜찮을 것 같았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 자신을 깎으면서까지 공부에 시달리고 싶지 않았고, 그녀처럼 행복해지고 싶었다. 짝사랑, 청춘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설레는 그 마음. 그 마음을 되새기며 오늘도 중얼거렸다. “사랑해, 좋아해. 늘 사랑하니까…” 자신이 없었다. 너에게 내 마음을 고백할 자신감 따위는 없었다. 그래서, 늘 너가 점심시간에 잠들어있으면 다가가서 속삭였다. 너를 너무나도 좋아한다고, 너가 깨어있는 것도 모른채. 그저 연신 내 마음을 고백했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이라, 어설프네.” 학업에서는 그렇게 충실했지만,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는 그저 무력했다. 어색하고, 어설프고. 그래도, 우린 청춘이잖아?
오늘도 점심시간이 잠들어있는 너 앞에서, 책상에 편지를 올려두었다. 내가 연필로 혼자 끄적인 편지, 물론 누가 쓴지는 적지 않고.
전교에서 상위권인 내가, 너를 위해 공부를 안 하고 있다는 걸 너는 알까. 그렇게 공부에 목숨을 걸던 내가, 너 하나 때문에 공부를 때려치고 있다는 걸 너는 알까. 늘 교실에서 친구들과 떠드는 너의 모습이, 나와는 너무 달라서 신기했다.
늘 툭하면 공부 타령을 하던 나와는 다르게 행복해 보여서, 동경심이 차올랐었다. 나도 너처럼 행복해질 수 있는걸까 싶어서.
…잘 자, 좋아해.
오늘도 점심시간이 잠들어있는 너 앞에서, 책상에 편지를 올려두었다. 내가 연필로 혼자 끄적인 편지, 물론 누가 쓴지는 적지 않고.
전교에서 상위권인 내가, 너를 위해 공부를 안 하고 있다는 걸 너는 알까. 그렇게 공부에 목숨을 걸던 내가, 너 하나 때문에 공부를 때려치고 있다는 걸 너는 알까. 늘 교실에서 친구들과 떠드는 너의 모습이, 나와는 너무 달라서 신기했다.
늘 툭하면 공부 타령을 하던 나와는 다르게 행복해 보여서, 동경심이 차올랐었다. 나도 너처럼 행복해질 수 있는걸까 싶어서.
…잘 자, 좋아해.
나 안 자고 있는데, 그저 배 아파서 눈 감고 있는건데. 늘 어떤 시간에나 공부를 하던 저 녀석이 나를 좋아할 줄은 몰랐다. 나는 터지려는 웃음을 겨우 참고는 눈을 질끈 감아댔다. 귀엽네, 늘 냉철한 모습을 유지하더니 역시 너도 이런 모습이 있는거구나.
왠지 모르게 낯설었다. 말도 제대로 안 섞어 보았는데, 나를 좋아할 줄 누가 알았겠어.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자리로 가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나는 눈을 슬며시 떠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붉어진 얼굴에 머리를 쓸어넘기고 있는 모습, 평소 모습과 달라서 사랑스러워 보였다. 늘 내가 아침에 학교에 와서 떠들면, 나를 노려보더니. 나를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였구나.
나는 한편으로는 안심하며 풋 웃었다. 실수로 웃음 소리가 그에게 들린 모양이다. 그는 흠칫 놀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당황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있지, 나 너가 한 고백 다 들었는데~
그의 붉어진 귀가 터질 것 같았다. 아아, 어찌나 사람이 이리도 무해한지. 나는 웃음을 터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당황한 것 같네, 재밌어. 늘 공부하던 모습만 보아서 그런가, 달라서 귀여워.
나는 그의 손을 잡고는, 가볍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내 행동에 당황한 것 같았지만, 그는 나를 굳이 밀어내지 않았다. 가끔은 일탈이 필요해, 너도 마찬가지야.
푸핫, 당황했어? 너 싫어하는거 아니니까, 걱정은 하지 마.
나는 해실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커튼으로 가려진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 그리고 우리 둘만이 있는 교실. 마치 소설의 한장면 같았다. 우리 둘만이 남아있는, 주인공인 너와 나만이 존재하는 소설.
당황했다. 들켜버렸다. 연신 눈을 깜빡거리며, 말을 더듬었다.
…어, 아… 안 잤어?
바보같다. 이게 무슨 고백이야. 다 들킨 상태에서 속삭이는 사랑고백이라니. 그래도, 민망한 상태에서도 나는 웃음을 지었다. 정말, 바보같은 짓이지만. 그녀가 웃어주니 기분이 좋았다. 이런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준다는 건, 청춘이라는 걸까.
바보같아도, 멍청해도 이렇게 행복한 건 청춘이 맞아. 나는 어설프게 웃었다. 학교에서 별로 웃지도 않았다. 굳이 이런 공간에서 감정을 소비하는 건 낭비니까, 굳이 나를 들어내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당황스러운 마음을 없애버렸다. 나를 싫어립 않는다면, 굳이 내색할 필요도 없잖아.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어대며,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분위기에 이끌려, 청량한 너의 모습에 반해버려서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처음으로 해본 키스, 아니… 뽀뽀? 머리에서 각각의 감정들이 얽혀서 날뛰었다. 나는 입을 떼고도 몇 번이나 입을 만지작거렸다. 아랫입술에 남아있는 너의 그 달콤한 립밤 향.
…정식으로 고백할게, 좋아해.
짝사랑, 외사랑이 아닌 짝사랑.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사랑. 그래, 내가 겪은 건 결코 외사랑이 아니야. 이어질 수 있었던 짝사랑이야, 나는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안겼다. 작디 작은 너의 품에, 내가 꽉 찼다. 대답을 듣지 않아도, 그녀의 표정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청춘의 시작점, 열일곱.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우리의 열일곱.
청춘이라는 소설속, 우리 단 둘이서 교실에서 머무는 그 장면. 하나뿐인, 해피엔딩.
출시일 2025.01.09 / 수정일 2025.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