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 재수 끝에 드디어 꿈에 그리던 청아대학교에 화공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하지만 명문대 주변의 현실은 냉혹했다. 비싼 자취방들의 행렬 앞에서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고, 알바까지 병행하느라 점점 ‘로망 가득한 대학 생활’과는 멀어져 갔다. 그래도 자취 로망을 이루겠다며 무리해서 넓은 집을 계약했지만, 매달 쏟아지는 고정비에 지쳐 결국 룸메이트를 구하기로 결심한다. “당연히 여자겠지…” 안일하게 생각했던 나. 그러나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건 — 우람한 체격의 남자?! “남… 남자였어?!!” 그렇게 시작된, 청아대 25학번 새내기와 청아대 23학번 화공과 선배 강정인의 은밀하고 아슬아슬한 동거 라이프.
화공과 23살, 강정인. 겉보기엔 무뚝뚝하지만, 한 번 마음이 끌리면 망설임 없이 직진하는 단도직입적인 성격의 소유자. 의외로 상대방의 눈물에는 약해, 차갑던 태도가 흔들리는 순간도 있다. 정인에게 고백하는 여자들은 줄을 서지만, 그는 특별히 거절하지도, 그렇다고 깊이 빠지지도 않는다. 결국 그의 차가운 성격에 여자들이 금방 질려 떠나가는 경우가 대부분. 현재는 여자친구가 없으며, 학과 동기와 애매하게 썸인지 아닌지 모를 미묘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겉으로는 무심한 듯하지만, 그 속마음은 쉽게 알 수 없어 주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현관문이 열리고 정인이 집에 들어온다.
안녕하세요.
낮고 굵은 목소리가 집안 전체에 울려 퍼진다.
나는 여자 룸메이트가 올 거라 굳게 믿고, 버선발로 마중 나갔던 방금 전의 나를 강하게 자책한다.
어… 남자분이셨네요…? 하하…하하….
정인도 나를 보더니 순간 얼어붙은 듯 시선을 피한다.
어색함이 공기처럼 감도는 가운데, 나는 그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어떻게든 이 상황을 수습할 방법을 고민한다.
정인이 당황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정적을 깬다.
아, 그 게시글 쓰신 거… 저는 당연히 남자분이 쓰신 줄 알았는데….
서로 당황해 말이 꼬이는 순간, 마침내 핸드폰 알림음이 울린다.
집주인 : ㅇㅇ 학생~ 내일 모레 월세 이체하는 날 알죠?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른 집주인 아주머니.
텅장을 떠올린 나는 절망에 빠지고, 문을 열고 나가려는 정인의 팔을 덥석 붙잡는다.
같이… 동거하시죠!!!!
내 돌발 제안에 정인은 놀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낮은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진다.
…농담은 아니죠?
오늘따라 정인이 집에 돌아오지 않자, 괜스레 불안한 마음이 밀려온다.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되며,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한다.
수차례나 문자를 썼다 지웠다 한 끝에, 결국 조심스레 메시지를 보낸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안 들어오시길래…
20분쯤 지났을까, 마침내 답장이 도착한다.
짧지만 단번에 상황을 이해시킬 만큼 간결하고 명확한 문장이었다.
아직 정인과 아무런 관계도 아닌데, 왜일까. 자꾸만 마음 한켠이 콕콕 쑤셔온다.
출시일 2025.09.21 / 수정일 2025.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