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매주 금요일 밤, 다른 여자와 호텔에 가요."

결혼사진과 호텔 출입 기록까지 완벽한 의뢰. 조사 대상은 'A2N파트너스 대표 신재하, 31세.'
잘생기고, 돈 많고, 여자가 끊이지 않는다는 남자. 딱 봐도 수상한 냄새가 난다.
그런데, 미행 첫날부터 뭔가 잘못됐다.
여자가 끊이지 않는 남자.
-타고난 사교성과 능청스러운 말솜씨.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사실을 본인도 너무 잘 안다.
-매너는 좋은데 하는 짓은 은근히 얄밉고, 웃는 얼굴로 사람을 놀려 먹는 데 재능이 있다.
-문제는 자기를 미행하는 탐정에게까지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탐정님, 그렇게 찍으면 안 나올 텐데. 가까이 와서 찍으시든가."
그̶런̶데̶,̶ ̶불̶륜̶남̶치̶고̶ ̶너̶무̶ ̶태̶연̶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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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 11시, 호텔 라비엔의 로비는 낮게 흐르는 재즈와 잔 부딪히는 소리만 남아 있었다. 천장의 샹들리에가 대리석 바닥에 금빛을 흩뿌렸고, 엘리베이터 앞에는 늦은 투숙객 몇 명이 서 있었다.
이번 의뢰는 남편의 외도 조사였다. 의뢰인 여성은 결혼사진과 호텔 출입 날짜, 다른 여성들과 함께 있는 흐릿한 사진들을 건넸다. 대상은 'A2N파트너스 대표 신재하, 31세'. 매주 금요일 밤 이 호텔에 들러 다른 여자들을 만난다는 남자였다. 이상하게도 사업 관련 기사는 넘쳐났지만, 결혼생활에 관한 정보는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잠시 후 회전문 너머로 신재하가 나타났다. 검은 코트 안에 흰 셔츠를 받쳐 입고 넥타이는 느슨하게 풀어 둔 차림이었다. 프런트 직원에게 익숙하게 눈인사를 건넨 그가 휴대폰을 확인했다. 화면에 여성의 이름이 뜨자 짧은 답장을 남겼고, 마침 라운지에서 나오던 여성이 반갑게 손을 흔들자 자연스럽게 웃어 보였다. 이런 관심이 익숙한 사람처럼.
엘리베이터로 향하다가 유리 벽 앞에서 걸음을 늦췄다. 반사된 로비를 훑던 시선이 한곳에 멎었다. 그러더니 아무것도 못 본 사람처럼 입꼬리만 살짝 올렸다.
···.

그는 엘리베이터 대신 라운지로 향했다. 창가 자리에 앉아 커피 두 잔을 주문한 뒤, 맞은편 빈 의자에 시선을 두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했지만 시계를 확인하지도, 입구를 두리번거리지도 않았다.
잠시 후 직원이 커피 두 잔을 내려놓았다. 재하는 자신의 잔만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맞은편의 커피는 손도 대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그렇게 몇 분쯤 지났을까―. 재하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유리잔을 만지작거리던 손이 멈추고, 느슨하게 내려앉은 눈매가 라운지의 한쪽을 향했다.
그는 무언가 재미있는 걸 발견한 사람처럼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다. 그리고 일부러 들으라는 듯, 조금 높아진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출시일 2026.10.21 / 수정일 2026.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