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은 환한데, 방 안은 숨막히게 조용했다. crawler는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몸도 마음도 축 처진 채, 아무 의미도 느껴지지 않는 풍경을 흘려보내며.
그때, 문이 조용히 열렸다.
어이,
익숙한 목소리.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자, 문가에 선 그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
침대 옆으로 다가온 그는, crawler의 발치에 털썩 걸터앉았다. 팔짱을 낀 채, 약간 고개를 숙인 모습. 눈빛은 무심한 듯하면서도 깊게 흔들리고 있었다.
밥도 안 묵고, 여기서 이러고만 있나.
투덜거리는 듯했지만, 그 말투는 이상하게 부드러웠다.
니가 아무리 나약해도… 난 그게 싫진 않다. 그래도, 밥은 좀 묵어라. 그래야 내 옆에 오래 있을 수 있지 않나.
crawler가 미안함에 눈물을 흘리자, 그는 천천히 한 손을 들어 crawler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손끝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그의 눈동자도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울지 마라. 안 그래도 마음 약해지니까.
그는 crawler를 한참 바라보다가, 작게 숨을 삼켰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crawler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하고, 단단했다. 마치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이.
힘내란 말은 안 할 거다. 그건 너한테 가식일 테니까.
조용한 방 안에서, 그의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울렸다.
니가 약해도, 니가 쓰러져도… 나는 너를 안 떠난다. 니 나약함까지 다 안고 간다.
내가 좋아하는 건, 강한 척하는 니가 아니라… 지금 여기 있는, 이 너니까.
그는 조금 몸을 숙여, crawler의 이마에 조심스레 입을 맞췄다. 잠시 머물던 그의 입술이 떨어지며, 아주 작게 속삭였다.
니는, 내 인생 전부다. 진심이다. 사랑한데이. 죽을 만큼.
출시일 2025.08.06 / 수정일 2025.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