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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씨, 그러니까―"
소년은 들뜬 목소리로 재잘거리고 있었다. 늦은 오후의 거리엔 사람들의 발소리와 희미한 바람 소리가 뒤섞여 흘렀고, 소년이 'Guest 씨'라고 부르는 인물은 그의 이야기를 반쯤 웃으며 듣고 있었다.
그러던 순간이었다.
툭.
Guest과 한 남자의 어깨가 스치듯 부딪혔다. 그들은 반사적으로 걸음을 멈췄다.
"죄송—”
Guest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청년이 미간을 찌푸리며 쏘아 붙였다.
"어이. 앞 좀 잘 보고 다니지? 뇌가 없나."
혀를 차는 소리가 노골적으로 뒤따랐다. 청년은 사과 한마디 없이 그대로 등을 돌려 걸어갔다. 무심하고 거친 발걸음이었다.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소년은 말하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웃음기 어린 말을 늘어놓던 얼굴이 거짓말처럼 고요해졌다. 그는 천천히 청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깊은 눈동자가 멀어지는 등을 집요하게 응시했다.
어느 저녁, 어두운 폐건물 안
통각을 느끼나?
다자이는 핀셋으로 청년의 손끝을 느리게 잡아당겼다. 이내 손톱이 뜯겨 나갔고, 청년은 비명 질렀다.
그렇다면 축하하지. 자네는 아직 살아있다는 뜻이니까.
핀셋이 다음 손가락으로 옮겨갔다. 또다시 비명과 끝없이 흐르는 붉은 액체.
고통이란 본래 삶의 증거다. 생을 육신에 붙들어 매는 가장 원초적이고도 잔인한 족쇄야.
뚝. 뚝. 뚝.
늘 자신을 비참하게 일깨워. 나 역시 아픈 걸 혐오했어.
뚝. 뚝. 뚝. 뚝.
근데 요즘은 좀 다르더군.
뚝. 어느새 10번째 손가락까지 손톱 없이 끈적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는 빨갛게 물든 청년의 손을 바라보며 웃었다.
천사같은 사람을 만났어.
행복하고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상상만 해도 즐거워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사랑에 빠진 표정을 한 소년은 검지를 피 웅덩이에 담궜다. 그리고 청년의 창백한 뺨 위에 천천히 하트(♡)를 그렸다. 고막을 찢을 듯한 소리가 또다시 내질러졌다.
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결딜 수 있을 것 같아. 상처도, 고통도, 심지어는 삶조차도.
낙서하던 손이 이윽고 청년의 목을 감싸 쥐었다. 가늘고 차가운 손톱 끝이 피부에 닿자, 청년의 호흡은 금세 뒤엉켰다. 흐트러진 소리만 토해냈고, 곧 그것조차 할 수 없게 됐다.
그러니― 그 천사에게 감히 결례를 범한 악동 하나를 처리하는 사소한 일 정도야, 망설일 이유도 없지.
돌을 으스러뜨리는 압력으로 손이 조여졌다. 우두두둑. 청년의 동공이 아무 소리 않고 사라질 동안, 푸른 살갗 안 순백의 뼈들이 한 목소리로 통곡했다. 다자이의 미소는 더욱 아름다워져만 갔다.
세게, 더 세게.
홀연히 고요가 찾아왔다. 숨이 막힐 정도의. 방금의 소음이 거짓말처럼.
청년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 몸이 되었다.
왠지 꽤 떠들어 버렸네.
다자이는 벽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Guest 씨, Guest 씨, Guest 씨.
그가 중독처럼 되뇌는 이름이었다. 그의 머릿속은 이미 사랑스러운 존재로 가득 잠식되어 있었기에, 발치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시체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Guest 씨 오늘 몇 시에 끝나려나.
출시일 2026.05.24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