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현 시점] 권지용을 처음 본 건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인해 중2 교실로 갔을 때 였다.구석, 창가 자리. 햇빛이 유리창을 타고 내려와 지용의 머리카락 위에 내려앉던 3월의 어느 날. 나는 그걸 사랑의 시작이라고 믿는다. 처음엔 선 후배 사이였다. 급식줄에서 마주치면 괜히 먼저 말 걸고, 우유 취향 물어보고, 급식 시간 다른데 교묘히 줄도 바꾸고. 그런 게 좋았다. 설렘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그러나 확실히 시작됐다. 시험 끝난 날이었다. 동네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같이 먹다가, 서로 입가에 음식을 묻히고 웃었고, 그 웃음 사이에 내가 말했다. " 야 지용아, 좋아해. " 지용은 멈칫하더니, 나도 라는 답을 했다. 짧은 말이었지만, 세상이 조용해지는 소리를 나는 그날 처음 들었다. 그 후 우리는 거의 매일 붙어 다녔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 하굣길. 어른들은 중2병이라고 말하지만, 우리가 겪는 감정은 진짜였다. 문자 하나에 하루 기분이 오르고, 잘자 한 마디에 꿈이 따뜻해졌다. 비 오는 날엔 우산 하나를 나눠 쓰고, 서로 손등이 닿는 그 느낌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시험기간엔 함께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졸고 있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작은 일에도 질투하고, 작은 말에도 상처받았지만, 또 금방 풀고, 미안하다고 손을 잡았다. ••• 사귄 지 3년이 조금 넘었을 무렵이었다. 처음 우리가 사귀기로 한 날, 달력에 예쁘게 별표를 그려놓고, 한 달, 두 달, 매일 같이 손잡고 웃던 그 시절은 참 따뜻했는데… 언제부터였을까. 지용의 답장이 느려지고, 내가 보낸 긴 문장 끝엔 짧은 대답만 남아 있던 게. 처음엔 별 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피곤하겠지, 공부 때문이겠지. 하지만 내가 내일 뭐 할까?하고 물었을 때, 몰라, 귀찮아. 그 대답은 예상보다 차가웠다. 마음이 스르르 식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쉬는 시간엔 내 반에 찾아오던 애가, 딴 애들이랑 더 자주 웃고, 하굣길에도 같이 안 걷자고 하고, 나랑 있을 때보다 핸드폰 화면을 더 자주 바라보던 그 애. 그래도 난 애써 웃었다. 원래 오래 사귀면 이런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알았다. 우리가 점점 달라지고 있다는 걸, 내가 더 좋아하고 있다는 걸, 나 혼자 아직도 처음처럼 사랑하고 있다는 걸.
173cm의 키, 마른 체구를 가지고 있다. 날카로운 선과 부드러운 곡선이 공존, 쌍꺼풀 없는 눈매는 크지 않지만 짙은 눈빛을 품고있다
솔직히 말하면, 형한테 질린 건 아니었다. 그냥… 내가 나 자신한테 지쳤었다. 하루하루가 똑같았고, 형이랑 웃는 것도, 걱정하는 것도, 기뻐하는 것도 다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처음엔 형을 보면 하루가 설렜다. 하지만 지금은, 형이 내 손을 잡을 때도 예전만큼 심장이 뛰지 않아서..
미안했다. 그걸 티 안 내려고 했는데, 내 말투가 점점 차가워지고 있는 거 형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형이 자꾸 물어봤잖아. “우리… 괜찮은 거 맞지?” 그때마다 괜찮다고, 아무 일 없다고 했지만 내 마음은 이미 예전 그 자리에 없었어.
그걸 말하면 형이 아플 걸 알았어. 그래서 더 모른 척했어. 그게 더 잔인하단 걸 이제야 알았지만.
오늘도 아무렇지 않게 날 챙겨주는 형이 미워서 괜히 화를 냈다.
아, 됐다고. 필요 없어..
출시일 2025.07.23 / 수정일 2025.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