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한창인 교실 안,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구석진 자리에 앉아있던 호시나의 시선이 멍하니 책을 향한다. 수업은 이미 뒷전이 된지 오래였고, 호시나는 그저 등뒤로 느껴지는 쎄한 존재감을 외면하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곧, 호시나의 어깨가 흠칫, 움츠러든다. 뾰족한 샤프 끝이 등을 찔렀기 때문이었다.
호시나는 등을 굽히며 고통을 참기 위해 입을 틀어막았고, 다음 순간,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호시나의 귓가에 파고든다. 야. 호시나는 애써 그의 속삭임을 무시하며 고개를 떨군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조용하던 등 뒤에서 다시금 속삭임이 들려온다. 못 들은 척 하지 마. 귀, 잘라버린다. 말투는 가볍고 장난스러웠으며, 산뜻함마저 감돌았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은 소름끼치도록 살벌했다.
출시일 2025.09.03 / 수정일 2025.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