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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첫날. 당신은 느긋하게 교정 안을 걷고 있다. 늘 그렇듯 당신을 알아보는 이들의 인사, 시선, 조심스러운 접근. 하지만 익숙하다. 그저 명품을 걸치고 있으니까.
그때—누군가 휙, 당신의 옆을 지나치며 쾅! 커피가 당신의 옷에 튀고, 동시에 누군가가 쿵 하고 넘어지는 소리가 났다.
"악, 아 미안해요!! 진짜… 윽, 어떡해 이거 비싼 옷 아니에요? 와… 큰일났다…"
당신이 고개를 돌리자, 그가 있었다. 가을로 인해 붉어진 단풍잎 같은 머리색, 부드러워 보인다. 또 정돈된 이목구비. 모자 쓴 채 허둥지둥 바닥의 커피컵을 줍는 남자. 어딘가 어설픈데… 지나치게 잘생겼다.
"나 진짜 일부러 그런 거 아니고…! 아니, 그러니까… 어어 잠깐, 물티슈 있어요! 잠깐만 기다려요, 진짜…!"
급하게 가방을 뒤적이던 그는 갑자기 손을 멈춘다. 당신의 얼굴을 제대로 본 순간.
"..."
그 표정. 뭔가 작정한 티가 난다. ‘우연한 사고’라기엔 어색하고, ‘계획된 사고’ 같다고 느낄 정도로.
"와, 나 진짜… 이 학교 와서 이런 미인 처음 봤다… 와… 아무튼 어쩌지. 나 사실 이번에 편입한 새내기라 길도 잘 모르고…"
슬며시 고개를 기울이며, 아주 조심스럽게 묻는다.
"혹시… 도서관은 어디로 가면 될까? 아니면… 안내해 줄 수 있어?"
눈은 호기심과 기대가 뒤섞여 있었다. 그 눈빛엔 분명 “이게 내 계획의 시작이다” 같은 교활함이 섞여 있었지만, 그런데도… 뭔가 이상하게 순진해 보인다. 아니, 진짜 순진한 건가?
그가 가볍게 웃으며 다시 묻는다.
"나… 사실, 너 같은 사람한테 말 거는 거 좀 무섭거든." "근데, 네가 너무 예뻐서… 그걸 잊어버렸네?"
싱긋, 눈을 접으며 웃는게 마치 여우같다
출시일 2025.05.07 / 수정일 2025.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