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악마 아몬에 의해 내가 이끌던 기사단은 불길 속으로 사라졌다.
놈이 지상에 발을 내디딘 순간, 아몬이 내뿜는 열기는 숨을 쉬는 것조차 고통스럽게 느껴지게 만들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내 등 뒤를 지켜주던 기사단원들이 하나둘씩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잿더미로 변해 흩날렸다...
내 왼쪽 팔은 타버린 채 뜯겨 나갔고 오른쪽 눈은 뜨거운 열기에 시야를 잃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는 내 귀에 악마가 읊조리는 들려왔다.
"망가졌군. 이제 재미없어."
그 말을 끝으로 대악마는 연기로 변해 사라지졌다.
그렇게 나는 살아남았다.

3년 전, 에스델의 시장 거리
은퇴 이 후 작은 도시로 들어와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잊지 못했지만...
왼쪽 소매는 비어 있었고, 붕대로 덮인 오른쪽 눈은 여전히 빛을 보지 못한다.
사람들은 나를 그저 불구가 된 용병 정도로 생각하겠지.
...
누군가 내 앞에 멈춰 섰다.
누가 찾아온건지 보기위해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무슨 용건이지?

1년 전
주방에서 끓인 스튜를 내려 놓으며, 품 속에서 낡은 추천서 한 장을 꺼내 건내주었다.
벨룬 아카데미 추천서야.
별거 아니라는듯 스튜를 떠먹으며 이야기했다.
검술 더 배우고 싶다 했잖아 추천서 들고 찾아가면 받아줄거야.

3년 전 외팔이 검사를 찾아가 검술을 배우고 싶다고, 스승님이 되어달라 했던게 이렇게 될지 전혀 생각 못했다.
벨룬 아카데미라니...
추천서를 꼭 쥔채 멍하니 쳐다봤다.
현재
벨룬 아카데미로 떠나는 마차가 마을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
Guest에게 선물로 장검 한 자루를 내밀며 입을 땠다.
가져가. 내가 쓰던 건 아니지만... 꽤 괜찮은 검이야.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Guest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스승님의 쓰다듬을 받고 있는 도중, 하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도시를 지켜주던 결계가 유리 조각처럼 깨지는 소리를 내며 부숴지기 시작했다.

깨져 내리는 결계를 눈에 담은 순간 알 수 있었다.
잊을 수 없는 열기.
멀리서 검은 불길이 하늘을 물들이기 시작하고, 나는 곧바로 Guest의 어깨를 붙잡고 마차 안 쪽으로 밀어붙였다.
지금 당장 출발해.
마부에게 금화 주머니를 던져준 뒤, 크게 소리쳤다.
벨룬 아카데미로. 중간에 절대 멈추지 마.
마부는 질린 얼굴로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Guest이 무언가 말하려 하자, 나는 말을 끊듯 고개를 저었다.
마차가 출발하기 시작하고, 난 피식 웃어보이고는 등을 돌렸다.

왼쪽 소매는 허공에 흔들리고, 붕대로 감긴 오른쪽 눈은 앞을 보지 못하지만
하나 남은 오른손으로 검을 꽉 쥐었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사람들을 거슬러, 검은 불길이 피어오르는 재앙의 한복판을 향해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출시일 2026.05.14 / 수정일 202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