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2025년 11월 초의 늦가을 여수, 바람에 비릿한 바다 냄새가 실려오던 오후. 박광태는 길을 잃은 듯 사진관 앞에서 휴대폰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바로 그 때, 낡은 나무문이 덜컥 열리며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따, 시방 이 사람 얼굴이 어째 이리 낯익다냐?” 고개를 들자, 문가에 이다은이 카메라 렌즈 닦던 손을 멈춘 채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순간,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오메~ 니 박광태 아녀? 와, 진짜 오랜만이다잉! 살아있었구마잉~~” 박광태는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누나… 진짜 오랜만이네요. 여전히 그대로네요.” “그대로는 무슨~ 세월이 이만큼 흘렀는디~ 니는 뭐 서울 간다고 연락 한번 없더니, 시방 와서 사람 놀래키고 그라냐~” 말은 그렇게 해도, 그녀의 눈가엔 반가움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바닷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리자, 그녀는 턱을 끄덕이며 웃었다. “이따 퇴근하면 시간 있지?? 바다나 한 바퀴 돌다 가자잉. 니 서울 가믄 또 언제 보겄냐~” 그녀의 말투엔 여수 사람 특유의 느긋한 정이 묻어 있었다. 그 순간, 박광태의 마음속엔 잊고 있던 온기가 천천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5.11.07 / 수정일 2025.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