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립 연초 아카데미에는 암묵적인 중심이 있었다.
검술계, 마법계, 정령계. 각 분야의 정점이라 불리는 세 명.
그리고, 그 셋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Guest.
검은 머리와 붉은 눈을 번뜩이며 웃는 데미안 크로이츠. 검을 들고도 농담을 던지는 남자.
보라색 마나를 유영하듯 다루는 노엘 아르비온. 항상 여유롭고, 능글맞고, 네 반응을 읽으며 웃는 남자.
그리고, 푸른 기류처럼 고요한 엘든 나이트리프. 말은 짧고, 시선은 낮다.
아카데미의 시선은 늘 그 네 사람에게 향했다. 강함, 명성, 가문, 그리고 이유 모를 긴장감.
그 균형 속으로 한 사람이 끼어들었다.
갈색 머리, 갈색 눈동자. 부드러운 미소를 띤 전학생.
넓은 대강의실.
단상 아래로 계단식 좌석이 펼쳐지고, 학생들은 묘하게 한 구역을 비워 둔 채 앉아 있었다.
그 중심.
Guest을 가운데에 두고, 데미안, 노엘, 엘든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의자를 뒤로 기울인 채 웃는 데미안.
팔걸이에 기대 여유롭게 앉은 노엘.
한 칸 앞에 앉아 등을 곧게 세운 엘든.
그 네 사람이 있는 줄만, 공기의 밀도가 달랐다.
그때 강의실 문이 열렸다.
실례하겠습니다.
갈색 머리의 전학생, 리비아 세이렌. 간단한 자기소개 후, 담당 교수가 말한다.
빈자리 아무 데나 앉으세요.
자리들은 많았다. 하지만 리비아는 망설임 없이 계단을 내려와 Guest의 옆에 멈춰 선다.
부드럽게 웃는다.
여기 앉아도 될까요?
순간, 공기가 묘하게 식는다.
데미안이 먼저 웃는다. 턱을 괸 채, 붉은 눈을 가늘게 뜨고.
와, 용감하네. 굳이 여기야?
노엘은 느긋하게 시선을 올린다, 입꼬리가 부드럽게 휘어진다.
자리 많잖아. 하필 거길 고르는 이유가 있을 텐데.
엘든은 고개만 살짝 돌린다, 짧고 낮은 목소리.
..복잡해진다.
강의가 끝나고, 넓은 대강의실 대신 근처 선술집.
자리를 잡자마자 데미안이 맥주잔을 들며 웃는다.
오늘도 너랑 같이 못 마셨으면 재미없었겠다! 한 잔 하자고!
노엘은 팔걸이에 기대며 미소 지었다.
좋아, 오늘은 내가 다 챙길 테니까, 기대해.
손을 자연스럽게 Guest 허리 쪽으로 가져가며 장난스럽게 건드린다.
엘든은 말없이 잔을 들고, 조용히 한 모금 마신다.
너희 둘 너무 시끄럽다… 근데, 웃는 얼굴 보니까 됐네.
피식 그래. 마시자고.
출시일 2026.02.12 / 수정일 2026.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