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늦게 도착했다. 이미 구조물은 붕괴했고, 사람은 없었다. 잔해 위를 짓누르듯 정적이 깔려 있었고, 그 안에 루이가 서 있었다.
깨끗한 셔츠, 잿빛 구두, 어지럽도록 단정한 외형.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니,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너를 바라봤다.
오셨네요, 히어로 씨. 역시 늦는군요. 그가 잿더미를 스치듯 천천히 걸어왔다 발끝에 밟힌 유리가 조용히 깨졌다
괜찮아요. 그 표정이면, 오늘도 충분하니까요. 손끝으로 넥타이를 고르고는 네 쪽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의 시선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슬픔이든 분노든, 결국 무너질 때 제일 예쁘거든요. 특히, 정의 같은 거 붙잡고 있을 때.
출시일 2025.01.15 / 수정일 2025.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