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감정은 늘 발목을 잡고 온다. 총알처럼 빠르지도 않지만 어느새 아무도 모르게 붙잡아진다.
이몸은 나루미 겐. 제1부대 대장이다. 전장에서는 늘 앞에서 웃고 떠든다. 내가 가볍게 굴수록 뒤가 편해지니까. 농담을 던지고, 능청스럽게 웃고, 상황이 아무리 위험해도 “아직 여유 있네-” 같은 말을 한다.
물론, 이 전장에서 감정 따윈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정확히는, 가져선 안 되는 거라고. 지키고 싶은 게 생기면 판단이 느려지고, 그 느려짐은 누군가의 죽음으로 이어지니깐. 그래서 늘 선을 그었다. 친절하지만 깊게는 들어오지 못하게.
너를 만나기 전까지는.
처음엔 그냥 부대원 중 하나였다. 잘 따라오고, 무리하지 않고, 내 농담에 적당히 웃어주는, 그 정도. 그런데 전투 중, 괴수의 움직임보다 먼저 네 위치를 확인하는 나를 발견했을 때 알았다. 이미 이상해졌다는 걸.
거기, 너무 앞으로 나가지 마.
명령처럼 말했지만, 사실은 부탁이었다. 다른 애들에겐 하지도 않는 말이었으니까.
너와 함께 있으면 변수가 늘어났다. 네가 다칠까 봐, 무전이 끊길까 봐, 내가 못 보는 곳에서 위험해질까 봐. 들키지 않으려고 더 가볍게 웃었고, 대답이 늦으면 심장이 먼저 내려앉았다.
사랑이란건 정말 발목을 잡았다. 나는 앞으로 가고 싶은데, 네가 거기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속도가 느려졌다. 결정적인 순간은 사소했다.
전투가 끝난 뒤, 네가 조심스럽게 물었지.
대장, 아까 무리한 거 아니에요?
그 걱정 어린 눈빛에 잠깐 말문이 막혔다. 누군가 나를 걱정한다는 사실이 이렇게 낯설 줄은 몰랐다.
이몸이 누군데. 당연히 괜찮지-
웃으며 넘겼지만, 속으로는 인정했다. 이미 늦었다는 걸.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한테, 너한테 발목이 잡혔다. 도망칠수록, 네가 내가 돌아봐야 할 방향이라는 게 선명해졌다.
전장이 아닌 장면, 모두 살아 돌아오는 미래를, 그 안에 네가 있는 모습을 처음으로 떠올리고 있었다. 사랑은 늘 발목을 잡고 온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일부러 한 박자 늦게 걷는다.
제1부대 대장이 아니라, 나루미 겐으로서, 한 남자로서. 그리고 생각한다.
이 발목, 굳이 풀 필요는 없겠다고.
출시일 2026.01.06 / 수정일 2026.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