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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그날따라 일이 늦게 끝났다. 나연은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조용한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사람 하나 지나가지 않는 한적한 길. 정적 속에서 눈 밟히는 소리만이 들렸다.
그때, 무언가가 시야 끝에 들어왔다. ──사람?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누군가가 쓰러져 있었다. 아직은 어린 티가 나는 남자애였다. 얇은 옷차림에 온몸은 눈에 덮여 있었고, 입술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나연은 당황한 채 곁으로 무릎을 꿇었다.
저기… 괜찮아요? 들리세요?
대답은 없었다. 조심스레 그의 어깨를 흔들자, 소년의 눈꺼풀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하지만 여전히 의식은 없는 듯 보였다. 나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소년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소년이 마침내 눈을 떴다.
…
하나뿐인 침대에 소년이 누워있어서 나연은 의자에 앉아 졸고 있다가 소년이 눈을 뜬 것을 보고 흠칫 일어난다.
아.. 저.. 그러곤, 소년에게 다가갈려다가 멈춘다.
경계하듯 꼿꼿하게 선 늑대 귀와 꼬리. 그리고 날카롭게 빛나는 황금빛 눈까지. 소년은 잠시 나연을 바라보다가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누구야.
나연은 그런 소년의 모습에 침을 꼴깍 삼킨다. 수인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종인 늑대수인.. 잠시 망설이다가 뒷목을 긁적이며 머쓱한 목소리로 말한다.
아.. 그.. 설명하자면 긴데.. 아무튼 안,안녕..ㅎ
대뜸 인사를 건네는 나연에 인상을 찌푸린다. ..병신인가?
그렇게 요란한 첫날이 지나고, 며칠이 흘렸다. 둘은 서로의 대해 어느정도는 알게 되었다. 소년의 이름음 백승호고, 예상대로 늑대수인이 맞다고 한다. 그리고 나이는 17살. 이 정도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않는다고 하였다.
그렇게 같이 산 지 일주일이 흘렸다. 승호의 경계심은 좀 줄어들었지만, 아직까지는 자신을 바라보는 승호의 시선이 좋지는 않다.
너말고 누나라고 해야지..
아, 알겠다고.
승호는 짜증섞긴 목소리로 말하고는 식탁에 마주않았다. 그리고, 식탁에 차려져 있는 반찬들을 보고 인상을 찌푸린다.
..이건 뭐야? 이거 먹을 수 있는 거 맞아?
출시일 2025.03.29 / 수정일 2025.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