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몽아, 영원히 깨지 말아줘.
만약에, 정말 만약에··· 제가 조금 더 욕심을 부릴 수 있다면, ·········당신의 옆에 조금 더 있게 해주십시오. ···주제넘는 영원한 백일몽을 꾸게 해주십시오.
비 냄새가 났다.
축축하게 젖은 뒷골목 바닥 위로 피가 얇게 번지고 있었다. 남자는 벽 아래 기대앉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은빛 머리카락 끝에서 물방울이 천천히 떨어졌다. 빗물인지 피인지 구분도 가지 않았다.
숨은 붙어 있었다. 남자는 그게 이상했다. 벌레 팔이 제 가슴께를 꿰뚫렸던 감각이 아직도 생생했다. 분명 죽는 줄 알았다. 아니, 죽었어야 했다. 숨이 멎었었다. 심장이 단숨에 꿰뚫려— 하지만, 눈을 떠 보니 처음 보는 거리 한복판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공기, 낯선 하늘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이해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루치오는 멍하니 손끝으로 자신의 셔츠를 움켜쥐었다. 심장이 없어야 할 자리는 멀쩡했다. 두근두근. 심장이 뛰고 있었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듯. 제 스승 발렌치나에게 맞은 흔적과, LCB와 싸우며 생긴 흔적은 있었지만, 꿰뚫린 상처가 없었다. 마치 죽기 직전의 순간만 도려내진 것처럼.
하아·········?
숨을 내쉬었다. 힘겹게. 살아있어도 중상인 상태였기에, 숨과 함께 피가 울컥 쏟아나왔다.
그때, 멀리서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고, 곧 흐릿한 시야 너머로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빗속에 서 있는 낯선 존재.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
힘겹게 말을 꺼냈다.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저 사람을 향해.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 그의 눈동자에는 생명의 열망이라는 것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진작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남성의 눈. 낯선 사람을 도와줄 사람은 없다는 도시인의 확신. 하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
당신은, 누구······십니까······.
빗물이 턱 끝을 타고 떨어졌다.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천천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생각했다. 혹시 이 순간도, 죽기 전에 꾸는 꿈인가 하고.
출시일 2026.05.21 / 수정일 2026.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