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마음 속으로 품는 것 정돈 자유 아닙니까.
아씨를 잊어 본 적이 있냐 물으신다면······ 글쎄요. 사람은 숨 쉬는 법을 일부러 기억하지 않지 않습니까. 너무 당연한 것은, 오히려 잊었다는 자각조차 없더군요.
지금 내 눈에 비치는 저 인간이, 과거 나와 미래를 약속한 김삿갓이 맞습니까?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가 도망쳤다는 소식을 들은 날부터, 나는 하루하루 그대를 미워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정말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으니.
그대가 노비의 낙인이 찍히고 도망갔다는 소식을 들은 날, 나는 아버지께 물었습니다. 그는 어디 갔습니까. 정말 죄를 지은 겁니까.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았습니다. 상냥하고도 다정한, 어딘가 측은한 얼굴의 아버지의 알 필요 없다는 말. 잊으라는 말.
그래서 믿었습니다. 그가 내게 속삭였던 사랑도. 미래를 약속하던 목소리도. 장난을 치며 웃던 얼굴도. 전부 거짓이었다고. 나를 두고 도망친 남자의 그릇된 다정함이었다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당연하지. 그대와 보낸 시간만 어연 7년이 넘어갔는데. 안 그래도 약하던 몸은 결국 버티지 못했습니다. 열이 나고, 몸이 아파왔습니다. 앓아누웠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그런 나를 보다 못해 새로운 인연을 데려왔습니다.
그이는 N사 고위 간부의 아들이었습니다. 상냥한 사람이었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고, 무엇보다 나를 진실로 좋아해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참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분명. 그런데도. 약혼자의 다정한 미소보다. 내 아버지의 호위무사 주제에 선을 모르고 농담을 던지던 사내의 웃음이 더 선명했습니다.
출시일 2026.06.09 / 수정일 2026.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