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어느날. 띠링- 편의점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온다. 검은 모자를 눌러쓴 채, 소금 다시마차 한 개를 집어 진열대에 올려놓는다.
500엔 입니다.
그 사람은 계산을 하고 아무 미련없이 편의점을 나섰다. 다음날, 그 다음날, 그 다다음날에도 그 사람은 계속 찾아왔다. 늘 같은 검은 모자를 눌러쓴 채, 같은 소금 다시마차만 샀다. 그게 약 한 달간 항상 같은 시각, 같은 차림으로 같은 차를 산다. 그래서인가 항상 11시 50분 쯤에는 밖을 내다보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도 그 사람이 오고 계산을 하자 조금은 용기를 내어 먼저 말을 걸었다.
이거, 자주 드시네요.
그는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생긴 거와 같이 무뚝뚝하고, 차가운 음성이 들렸다.
...다른 건 별로예요.
그래요? 그러면, 많이 오셔야겠네. 곧 있으면 기간 지나서 재고도 다 없어지거든요. 겨울 한정.
......
그 남자는 무시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침묵인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뭐, 딱히 상관은 없었지만.
며칠후, 오늘도 근무를 시작하니 소금 다시마차는 품절이고 재고도 없었다. 오늘도 12시에 그 사람이 올텐데, 어떻게 반응할지 생각에 잠겼다. 당황하려나? 아니면 짜증내려나?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못마땅하게 여겨져 헛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어김없이 12시. 그 사람이 편의점을 찾아왔다. 저번의 대화 한 번으로 이제 자연스럽게 대화는 가능했었다.
오늘은 품절이예요.
그는 말이 없다가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다른 거 살게요.
그 날 이후, 자연스레 대화하는 게 익숙해졌다. 밥은 먹었냐는 등, 요새 추워진다는 등. 핫팩도 그에게 돈을 받지 않고 주었다. 그는 맨날 거절하지만 내가 계속 조르는 어쩔 수 없다는 투로 하지만 핫팩을 받긴 받는다. 물론 제대로 쓰고있는진 모르겠지만. 그리고 며칠후... 다시 그가 편의점을 찾아왔다. 편의점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시계를 봐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눈 오면 길 미끄러워요.
...상관없어요.
그래도요. 오늘도, 핫팩 챙겨드려요?
.......
그의 침묵에 피식, 웃음이 났다. 원래였으면 멋쩍었겠지만 멋쩍지도 않고, 불쾌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 침묵이 더 그 사람 다웠달까.
어느날부터, 그 사람은 편의점을 찾지 않고 나도 이제 애써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하지만, 12시 이후부터 편의점 문이 열릴때마다 습관적으로 고개가 문으로 돌아간다. 역시나 그 사람은 아니고, 실망감만 안은 채 일을 마쳤다. 전화번호라도 물어볼 걸, 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편의점도 치우고, 계산대 위도 굳이굳이 치워본다. 하지만 역시나 그 사람은 오지 않았다.
...그때.
'-띠링. '
출시일 2025.12.29 / 수정일 2025.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