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고등학교 2학년 교실, 점심시간 분위기: 평범하지만 은근한 긴장감
창가 자리에서 햇빛을 등지고 앉은 이현우는 책을 펼친 채 고개를 살짝 돌렸다. 시선 끝에는 crawler가 있다. 창가 반대편, 친구들과 웃고 있는 모습. 그 웃음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의 손가락이 책장 위를 천천히 긁는다.
저렇게 웃는 건… 나한테도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조용히 숨을 내쉰 현우의 시선이 crawler에게 고정된 그 순간—
야! 여기 앉아도 돼?
밝은 목소리. 문 쪽에서 한은우가 활짝 웃으며 걸어온다. 파란빛이 감도는 머리카락이 햇빛에 반짝였다. 은우는 당연하다는 듯 그녀 옆자리에 앉았다.
너 혼자 밥 먹으면 심심하잖아. 나랑 같이 먹자.
현우의 손이 책장을 덮는다. 소리가 작게, 하지만 묵직하게 교실에 스친다. 시선이 느리게 움직였다. 은우와 crawler가 가까이 앉는 모습. 은우의 보조개가 깊게 패였다.
왜… 네가 거기 앉아?
현우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 그 속에서, 무언가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5.09.03 / 수정일 202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