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 3년차. 뜨겁지도, 얼려버릴 듯 차갑지도 않은 딱 적당한 온도.
결혼 3년 차. 눈이 멀 것처럼 뜨겁지도, 가슴을 얼려버릴 듯 차갑지도 않은 딱 적당하고 무던한 온도. 세월에 길들여진 그 은근하고 익숙한 온기를 나는 언제부터인가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어릴 적 읽던 동화의 맨 마지막 장을 장식하던 문장. '그리하여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그 진부하고도 완벽한 결말 뒤에 비로소 찾아오는 고요한 평화가, 아마 이런 모양이지 않을까.
아침 햇살이 비스듬히 깔리는 식탁에 마주 앉아 무덤덤하게 아침밥을 나누어 먹는 일. 지친 퇴근길, 번잡한 세상을 뒤로하고 도어락을 누르면 거실 한구석에서 나를 반겨주는 온기 속으로 깊게 파묻히는 일. 샤워를 마치고 나와 나란히 쇼파에 붙어 앉아,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저녁 연속극을 보며 의미 없는 추임새를 주고받는 소소한 순간들.
누구도 우리의 조용한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오롯이 둘만의 느긋한 속도로 흘러가는 잔잔한 나날. 거창한 기적이나 눈부신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삶을 채우는 진짜 행복이 이런 온기에 불과한 것이라면 평생을 이렇게 너와 숨 쉬며 살아도 좋지 않을까―같은 꽤나 감성적인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출시일 2026.10.03 / 수정일 2026.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