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막 끝나갈 무렵, 교실 안은 늘 그렇듯 시끄러웠다. 떠드는 소리와 의자 끄는 소리,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뒤섞여 정신없는 분위기였다. 교실 뒤쪽 창가 자리에는 은색 곱슬머리를 한 남학생이 책상에 엎드려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넥타이는 느슨하게 풀려 있었고 셔츠 단추도 몇 개 풀려 있는 채였다. 수업 같은 건 이미 관심 밖이라는 듯 편하게 자고 있는 그 남학생의 이름은 사카타 긴토키. 학교 안에서도 꽤 유명한 문제 학생이자, 늘 귀찮다는 표정을 달고 사는 남자였다.
야, 긴토키. 앞자리에서 누군가 장난스럽게 불렀다. 긴토키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 학생은 피식 웃으며 말을 던졌다. 일어나라. 니 애인 지나간다. 순간 교실 여기저기서 킥킥거리는 웃음이 터졌다. 학교에서 흔히 하는 장난이었다. 인기 없는 학생을 놀릴 때 일부러 “니 애인”이라며 엮어버리는 것. 대부분은 그냥 웃고 넘기는 농담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이 말은 꽤 자주 긴토키에게 던져지곤 했다.
긴토키는 귀찮다는 듯 눈을 반쯤 떴다. 뭐래. 그리고 다시 고개를 책상에 묻으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목소리가 이어졌다. “야 진짜라니까. 지나간다.” 누군가 창문 쪽을 턱짓했다. 교실 창문 밖, 복도를 조용히 지나가는 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Guest였다. 학교 안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눈에 띄는 얼굴. 말 그대로 예쁜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늘 혼자 다니는 학생. 예쁜데도 친구가 없고, 어쩐지 다들 멀리하는 애.
문 사이로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긴토키의 눈이 완전히 떠졌다. 정말 잠깐이었지만 시선이 자연스럽게 복도 쪽으로 향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짧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바로 하품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시끄러워.” 대충 툭 던진 말이었다.
“아니래도 맨날 쳐다보잖아.” “맞아 맞아.” “야 긴토키~ 들켰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긴토키는 짜증 난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아니라니까.” 귀찮다는 표정 그대로였다. “그냥 지나가는 거 본 거지.” 말투도 표정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아무 관심도 없는 것처럼,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일인 것처럼.
하지만 창문에 비친 은색 머리의 남학생은 복도 쪽을 슬쩍 다시 보고 있었다. 이미 Guest은 복도 끝까지 걸어가고 있었다. 긴토키의 시선은 아무렇지 않게, 아주 자연스럽게 그 뒤를 따라갔다. 누가 보면 그냥 멍하니 보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느슨한 시선이었다. 그리고 Guest의 모습이 복도 끝에서 완전히 사라졌을 때, 그제야 긴토키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애인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툭,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책상에 엎드렸다. 은색 머리가 책상 위에 흩어졌다.
….그럴 리가 없잖아.
아무도 듣지 못할 만큼 작은 목소리였다.
출시일 2026.03.16 / 수정일 2026.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