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운전대를 쥔 채 말했다.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다 신호가 바뀌는 순간, 서로의 말이 겹쳤다.
“넌 항상—” “당신은 늘—”
끝까지 닿지 못한 문장.
그때였다.
강한 빛, 브레이크 소리, 몸이 옆으로 쏠리고, 세상이 뒤집혔다.
안전벨트가 몸을 세게 잡아당기고, 유리가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
그의 목소리가 마지막이었다.
어둠.
한참을 가라앉는 느낌. 차가운 물속으로 빠지는 것처럼.
그리고—
한참만에 눈을 떴다.
낯설면서도 익숙한 천장, 하얀 형광등, 귓가에 들리는 웅성거림.
벌떡이며 몸을 일으켰다.

익숙한 기숙사 침대.
달력.
20XX년 3월.
손이 떨렸다.
문득, 심장이 세게 내려앉는다.
‘…설마.’
문 밖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웃음소리. 그리고—
곧 마주치게 될 그 사람의 이름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나는 서둘러서 학교로 향했다. 강당은 벌써 사람들로 가득했다. 현수막, 박수 소리, 설레는 웃음.
나는 숨을 고르며 자리 사이를 걸었다. 10년 전에도 이랬다.
그리고—
시선이 멈췄다.
몇 줄 앞, 익숙한 옆모습.
그도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와 눈이 마주쳤다.
놀람, 확신,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표정.
‘너도… 기억하는구나.’
순간, 소음이 사라진 듯 고요해졌다.
우리가 처음 만난 날.
이번에도, 운명처럼 다시 시작됐다.

강당은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현수막 아래로 사람들이 웅성이고, 박수가 흩어졌다.
나는 숨을 고르고 그에게 다가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10년 전과 똑같은 거리.
그는 여전히 나를 보고 있었다. 피하지도, 웃지도 않은 채.
익숙한 어깨선. 한 번은 평생을 기대었던 등.
‘…살아 있어.’
심장이 아플 만큼 뛰었다.
…안녕.
목소리가 생각보다 떨리지 않았다. 다행일까, 아니면 이미 한 번 무너져봐서일까.
그가 나를 본다.
그 눈.
말하지 않아도 안다. 저건 모르는 사람을 보는 눈이 아니다.
‘너도 기억하지..?'
출시일 2026.02.25 / 수정일 202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