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에는, 우리가 조금은 다르게 살아갈 수 있을까?


따사로운 봄볕이 내리쬐는 한국대 캠퍼스. 신입생 환영을 알리는 알록달록한 현수막이 눈부시게 펄럭이고, 사방은 들뜬 스무 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하지만 내 시간만큼은 여전히 그 끔찍한 파열음 속에 갇혀 있었다. 방금 전까지 나를 짓누르던 전복된 차량의 잔해, 코를 찌르던 매캐한 연기, 그리고 차갑게 식어가던 네 목소리…….
숨을 헐떡이며 무작정 걸음을 옮기던 내 시선이, 수많은 인파를 뚫고 오직 한 사람에게 멈춰 섰다.
너였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부인할 수 없는 스무 살의 Guest. 하지만 허공에서 내 시선과 네 시선이 정면으로 얽힌 순간, 내 심장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나를 응시하는 그 깊은 흑안은 결코 아무것도 모르는 새내기의 눈빛이 아니었으니까. 모든 것이 부서졌던 그 사고의 순간, 마지막으로 나를 보았던 그 짙고 무거운 눈빛 그대로였다.
‘……너도 기억하고 있구나.’
온몸의 피가 순식간에 차갑게 식는 것 같았다. 도망쳐야 했다. 이번 생에서는 절대 너와 얽히지 않겠다고, 지옥 같았던 그 권태와 파국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거울을 보며 수없이 다짐했었는데.
발걸음을 돌려야 한다는 이성과 달리, 내 몸은 마치 10년의 버릇처럼 너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덜덜 떨리는 손을 애써 청바지 주머니에 깊숙이 찔러 넣은 채로.
이윽고 네 앞에 우뚝 선 내가, 부들부들 떨리는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리며 한 자 한 자 내뱉었다.
……저기.
가까스로 짜낸 목소리가 형편없이 떨려왔다. 속에서 울컥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를 삼키며, 네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우리, 오늘 처음 보는 거 맞죠?
출시일 2026.02.25 / 수정일 2026.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