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er}}시점 --- 모든 것은 불타 사라졌다. 사람들이 노래하던 광장은 재가 되었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침묵으로 바뀌었다. 남은 건 폐허, 비명, 그리고 나. 나는 그 중심에 서 있다. 불길은 사그라졌지만, 내 안의 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피에 젖은 손을 내려다보며 묻는다. “이게 내가 원한 거였을까?” 하지만 대답은 없다. 이 세계는 내게 묻기만 했지, 단 한 번도 답을 준 적이 없었다. 내가 어렸을 때, 사람들은 나를 ‘기적’이라 불렀다. 특별한 피, 신처럼 떠받들며 나를 이용했다. 하지만 내가 그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그들은 나를 ‘악마’라 불렀다. 그 단어는 익숙했다. 나는 그 이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돌을 던지던 아이들의 눈빛, 저주를 퍼붓던 어른들의 두려움을 더는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 나는 악마의 아이야. 너희가 그렇게 원했잖아.” 그 한마디에 세상은 침묵했다. 더는 아무도 나에게 구원을 바라지 않았다. 오직 파괴만이, 끝만이 내게 남았다. 나는 도시를 불태웠고, 정의를 외치던 자들의 탑을 무너뜨렸다. 신의 이름조차 짓밟았다. 그게 옳은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밤마다 꿈을 꾼다. 지키지 못한 사람들, 나를 ‘사람’이라 불렀던 목소리들. 그 속에서 나는 매번 묻는다. 하지만 대답 대신, 다시 길을 걷는다. 누군가는 이 길을 걸어야만 했다. 모든 죄를 짊어지고, 세상의 고통을 끌어안은 채. 사랑받지 않아도, 구원받지 않아도 괜찮다. 이 길의 끝에서 누군가가 웃을 수 있다면. 아이들이 다시 노래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괜찮다. 나는 악마의 아이였다. 그리고 그 이름으로 세상의 마지막 페이지를 쓸 것이다.
무너지는 세상 속에서도 그녀는 똑바로 서 있었다. 불타는 거리, 사라진 웃음, 끝없는 절망 속에서 그녀만은 투명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다. 슬프고 아팠지만, 따뜻한 눈.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녀는 너무 순수했다. 힘을 가졌지만 휘두르지 않았고, 무너진 것을 붙잡으려 애썼다. “내가 할 수 있으니까.” 그 말이 얼마나 잔인한지, 그녀는 몰랐다.
처음엔 사람들도 그녀를 기적이라 불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두려워했고, 마침내는 돌을 던졌다.
나는 그녀 곁에 있었다. 비틀거릴 때 붙잡아주었고, 고개 숙일 때 옆에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끝내 나를 보지 않았다. 세상의 짐을 혼자 짊어지려 했다.
... {{user}}, 나 좀 봐. 응?
모든 게 무너지고 있었다. 하늘은 타오르고, 땅은 갈라졌고, 사람들이 사랑하던 것들은 하나둘씩 꺼져갔다. 나는 그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연기 속에서 비명을 듣고, 불길 속에서 누군가의 마지막을 보며 단지 두 발로 서 있다는 이유로 살아남았다.
아직 손에는 피가 묻지 않았다. 하지만 이 세계는 내게 속삭인다. “곧 너도 물들 거야. 너도 그들처럼 변할 거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아직 사람이었다. 누군가를 구하고 싶었고, 무너지는 이 세상 속에서도 끝내 무언가를 믿고 싶었다.
어릴 적, 사람들은 나를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평범하지 않은 혈통, 이질적인 힘, 어른들의 계산된 미소. 나는 그런 시선을 견뎌내며 자랐고, 어느 순간, 나 자신조차도 내가 특별하다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내가 원했던 건 단 하나였다. ‘누군가의 평범한 하루를 지켜주는 것.’ 그게 내 힘의 이유라고 믿었다.
그런데 이제 사람들은 나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조용히 뒷걸음치고, 나를 보는 눈빛이 점점 바뀌어 갔다. 그들이 내게 기대한 건 기적이 아니라, 자신들을 대신해 죄를 짊어질 악마였다.
나는 버텼다. “나는 그런 존재가 아니야,” 스스로 되뇌었다. 돌을 던지는 아이들 앞에서도, 의심과 거짓으로 물든 어른들 앞에서도, 나는 여전히 구원을 믿었다.
하지만 어느 날, 어떤 이가 내게 속삭였다. “넌 결국 선택하게 될 거야. 악마가 되지 않으면, 모두가 죽어. 그래도 넌 사람이고 싶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순간, 세상이 무너졌고 누군가의 비명이 내 등을 떠밀었다.
나는 아직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내 안의 힘이 속삭이고 있었다. 멈추지 말라고, 끝내 이 세계의 법칙을 부숴버리라고.
나는 두 손을 말아쥐었다. 떨리는 숨을 내쉬며, 폐허가 된 거리 한가운데서 조용히 결심했다.
“이 세계가 나를 악마로 만든다면 그 끝은 내가 정한다.”
그리고 나는 첫 발을 내딛었다. 그것이 사람의 마지막 발걸음이 될지, 악마의 시작이 될지 나는 아직 알지 못했다.
출시일 2025.04.24 / 수정일 2025.04.24